첫 번째 계약서
출판사로서 맺은 첫 번째 계약이었습니다. 2024년 3월 4일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스타벅스에서 저는 작가님을 만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뒤, 출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아마 카페에서 서류에 도장을 찍고 있는 둘의 모습은 꽤나 어색한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이상한 사람들처럼 보였을까요? :)
정다이 작가님과 저는 거의 동갑입니다. 작가님께서는 대학졸업 이후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시고 외국계 기업에서 치혈하게 일하시며 결혼하셨고, 미국 생활도 경험하셨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른스럽고 책임감이 강한 분이셨습니다.
작가님께서 1인 출판은 해보셨지만, 출판사를 통해 정식으로 ISBN이 있는 도서를 출판을 해보시는 것은 처음이셨고, 놀랍게도 저 또한 출판에 대한 모든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아직 종이책 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편집자의 고집 - 사회과학
저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지만 야심만만한 편집자였습니다. 저는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자신있게 작가님께서 사회분야에 대한 글을 쓰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작가님의 에세이 글이 문학과 사회분야 사이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사회분야에 대한 글의 경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이성이 필요한 분야이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분야였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작가님께는 충분히 가능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옥시모론 OXYMORON
모르는 영어 단어였습니다. 원래 영어 단어를 많이 알지는 못했지만, 정말 처음 듣는 단어였습니다. OXYMORON의 그리스 원어는 - 예리하고 총명하다는 뜻의 ‘Oxys’(sharp)와 어리석고 바보 같다는 ‘Moros’(foolish)의 합성으로 - 한국말로는 '형용모순'으로 번역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술 및 문학 분야에서 이 표현이 사용될 때에는 단순히 흑백으로 반대되는 모순의 의미라기 보다는 조금 더 넓은 의미로 함께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개념들의 공존 혹은 한 문장 안에 함께 사용함을 의미한다고 저는 그 당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작가님으로부터 미국을 표현하는 한 단어 OXYMORON 을 듣는 순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낯설었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고 미국을 표현하는 독특한 단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책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표지의 변천사
에세이에서 사회과학으로
언제나 시작점이 있는 법입니다. 저는 정다이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며 작가님께서 앞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좋은 책들을 쓰게 되실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본격적인 사회과학을 집필하시기 전에 하나의 계기 혹은 시작 지점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을 집필해보시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미국생활 에세이 이야기는 변화를 거쳐 <옥시모론>이 되었습니다.
<옥시모론>의 전반부는 마트, 풋볼, 야구, 추격전, 층간소음과 같이 재미있는 미국의 일상생활의 부드러운 경험 이야기로 시작해서,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총기, 정치 양극화, 마약, 보험, 인종, 문화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로 논의의 범위가 넓어지게 됩니다.
부록 | 미국을 왜 옥시모론(OXYMORON)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대다수 사람은 주로 미디어를 통해 미국을 접한다. 하지만, 미디어에 비친 미국의 모습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극단적인 모습들뿐이다. 주로, 슈퍼 리치(Super Rich)들의 화려한 삶과 노숙자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들을 대치시키면서 미국 사회의 모습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의 역설(Paradox)임을 정의 내린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회현상이 그렇듯,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쉽사리 나올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령, “미국의 총기는 규제해야 하는가,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명제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하자. 이때, 규제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미국의 전통적인 부촌(예:시카고 하이랜드 파크)에서도 총격이 일어났으니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규제의 당위성을 설명할 것이다. 반면에 허용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사회적 인프라(특히 치안 인력 부족)가 열악한 외딴 교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자기방어를 위해 총기는 필수라고 주장할 것이다. 아울러, 교외 지역에서 사는 미혼모 여성이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집에 침입한 남성들을 총기로 방어한 사례를 통해 주장의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다.
과연, 이 명제에 대한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적절할 것이다. 규제 혹은 허용이라는 개념 자체는 완벽한 역설(Paradox)이지만, 규제하든 허용하든 모순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예를 들면, 총기 규제를 한다고 했을 때, 치안 인력이 부족한 지역의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반면에 총기 허용을 한다고 하면, 우리가 미디어에서 자주 보는 총기 남용 사례(불특정 다수에 대한 총기 난사, 인종, 종교 혐오 및 보복에 기인한 총기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문제는 어떠한 해결책을 적용하더라도 모순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문제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도 안 되며,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다학제 간(Multidisciplinary,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것) 연구를 통한 통합적인 관점에서 도출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옥시모론(Oxymoron)의 관점에서 미국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즉, 완벽한 역설이 아닌 상충되는 가치가 충돌하는 모순의 관점에서 말이다. 미국은 다양한 국가에 준하는 주(State)들이 하나로 합쳐진 연합체이다. 그러므로 인종, 국적, 문화의 표면적인 다양성과 단편적인 자본주의의 계급론으로는 미국 사회를 깊게 들여다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서 이 책의 제목을 패러독스(Paradox)가 아닌 옥시모론(Oxymoron)으로 정했다. 단순한 이분법으로 설명하기에 미국 사회는 매우 유기적이며 사회 각 분야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회현상이나 사회문제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복잡한 미국은 흔히 지루한 천국 혹은 흥미로운 지옥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다양한 가치가 상충하는 모순을 품고 있는 미국이기에 다양한 가치들이 대립하면서도 모호함을 지니고 있는 옥시모론(Oxymoron)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
강가의 유일한 사회과학 도서
<옥시모론>은 출판사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왜냐하면 경영 및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좋은 글을 써낼 수 있는 훌륭한 재능을 지닌 작가의 시작점이 되어줄 책이기 때문입니다.
<옥시모론>의 포지셔닝은 에세이와 사회과학 중간이기에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기 어려울 수는 있으나, 중요한 것은 <옥시모론>이 강가의 첫 번째 사회과학으로 분류될 책이라는 것입니다. 2024년에 강가는 아동 그림책 1권, 사회과학 1권, 그림 에세이 1권, 글 에세이 1권을 종이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는데요. <옥시모론> 사회과학 도서를 출판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아직 강가 출판사의 브랜딩과 포지셔닝이 완성되지 않은 가운데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2024년입니다. <옥시모론>의 전체 과정을 책임감있게 끝까지 높은 완성도로 마무리해주신 정다이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재 해리스와 트럼프의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도 함께하고 있지만, 미국 사회에 대한 의견을 담은 도서를 출판해보게 된다는 것은 제게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의미가 됩니다.
강가에서 현재 900 역사 1권 <독수리와 용>, 300 사회과학 1권 <옥시모론>, 500 기술과학 <하나 뿐인 나의 작은 그녀>, 그리고 800 문학 시, 소설, 에세이 관련하여 가장 많은 도서들을 출판했는데요. 000 총류에서 글쓰기 관련된 책 1권이 출판될 예정이고, 100 철학, 200 종교, 400 자연과학, 600 예술, 700 언어 분야에 대한 출판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이 모든 복잡한 분야에서 출판을 감당하고 계신 출판사들을 생각하면 고개가 숙여집니다.
정다이 작가의 내일 이야기
책 <옥시모론>은 미국 생활 에세이로 시작해 사회과학 서적으로 끝나는 어찌 보면 에세이와 사회과학의 경계에 서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원고 집필과 출판 과정을 겪으면서, 작가로서 대중적이면서, 실용적이고, 이에 더해 사회과학적 지식의 깊이도 어느 정도 있는, 그런 사회과학 관련 서적을 집필하고 싶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품게 된 것 같습니다.
책 <옥시모론>이 독자들에게 진짜 미국의 모습을 재미에다가 날카로움 한 스푼 더 해서 풀어낸 사회과학 서적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작가로서도 사회과학 서적의 데뷔(Debut)작이자 향후 집필 활동의 멋진 초석이 되길 희망합니다.
미래
10년 후, 정다이 작가님의 첫 번째 종이책을 출판했던 것이 강가였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