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언제일까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일 년 하고도 5개월 만에 이시가키에 가기로 했다. 출발하기도 전부터 자격증을 딸 때의 고생이 생각나서 겁이 났다. '가면 좋겠지. 좋을 거야.' 하면서도 '갑자기 마스크가 벗겨지면 어쩌지?' 라거나 '호흡기가 입에서 빠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으로 잠을 설쳤다. 3박 4일간 배웠던 목숨을 위한 정보들은 구멍이 숭숭 뚫린 기억의 체에 걸러져 중요한 건더기 몇 개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노는 것도 좋지만 일단 살아야 했기에 리뷰교육을 신청했다. 수영장에서 이루어지는 리뷰교육은 2시간 정도로 BCD와 호흡기, 산소통을 장착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두 손으로 들어도 쉽지 않은 산소통을 옮기며 작년의 악몽이 떠올랐다. 이걸 또 등에 어떻게 메지. 웨이트를 허리에 두를 때부터 내 몸이 맘 같지 않았다. 단 6kg에 몸이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거기에 BCD를 착용하자 허리에 조인 웨이트가 더 답답해졌다. 전에는 이걸 어떻게 해냈더라. 눈앞이 깜깜했다.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강사님은 한 계단씩 내려오라고 했다. 마지막 계단에 걸터앉아 호흡기를 물고 아래를 내려다봤을 땐 까마득한 수영장 바닥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세게 뛰기 시작했다. 어쩌지 못하고 눈만 굴렸지만 야속한 강사님은 여유를 주지 않고 한 명씩 하강하도록 했다. BCD에 공기를 가득 넣고, 물에 떠서 제어가 안 되는 몸을 겨우 바로 잡고 아주아주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막이 찢어질까 봐 최대한 자주 세게 코를 잡고 공기를 내뿜으며 이퀄라이징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마가 아프기 시작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처음 느낀 아픔이었다. 이마 안을 바늘로 마구 찌르는 기분이었다. 본능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계단에 앉아 이마에 손을 얹고 있는데 강사님이 따라 나와 물었다.
"갑자기 왜 올라온 거예요?"
"이마가 너무 아파요."
"어? 이마 가요?"
"네. 왜 아플까요. 이퀄라이징을 너무 세게 해서 그럴까요?"
"그럴 수 있어요. 거기도 공기가 차는 부분이라서요. 잠시 쉬다 내려오세요."
"네."
시무룩하게 앉아 이마를 문지르며 얼른 이 고통이 나아지기를 바랐다. 진짜 큰일 났다. 바다에 나가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어찌어찌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며 친구와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바다에 가서 큰일 날 뻔했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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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가키에서 다이빙을 한 경험을 말하기 전에 자격증을 따게 된 과정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수영도 할 줄 모르고 체력이나 힘도 없는 사람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말한다면 일단 체험다이빙을 해보라고 권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체험다이빙 경험도 없이 패기만 충만했고 '수영 못해도 쉽게 할 수 있어요!'라는 웹상을 글만 보고 겁도 없이 어드밴스드 자격증 코스에 등록했다. 장소는 도망칠 곳도 없는 필리핀 보홀. 3박 4일 동안의 일정에 70만 원대의 돈을 들여 신청했다. 출발 전까지 해맑기만 했다. 와 진짜 재밌겠다. 물속에서 물고기 본다. 와!
첫날부터 죽을 뻔했다. 수영장에서의 훈련이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수영을 못하는 나는 코에 물이 들어가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훈련 중 마스크를 물속에서 벗어야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했다. 게다가 다리에 쥐가 나서 헉헉대며 잠시 쉬고 있는 나를 강사님은 그냥 두지 않으셨다. 스파르타가 현실에도 존재하는구나 하는 걸 느끼며 체력의 극한까지 훈련을 받아야 했다. 첫날 저녁 침대에 엎어져서 너무 힘들다는 말만 열댓 번 되뇌었다. 생전에 몸이 그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내일이 두렵기만 했다. 내일은 바다로 나가서 훈련을 한다는데...
바다에서는 수영장에서의 훈련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커리큘럼이었다. 호흡기 뺐다가 찾아서 물기, 마스크에 물 채웠다 빼기, 마스크 벗었다가 착용하기, 나침반 보고 방향 따라 수영하기 등 많았지만 제일 두려웠건 역시나 어제 실패했던 마스크 벗기였다. 이미 마스크에 물을 반 채우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내가 수영장에서 계속해서 위로 튀어 올라가는 걸 강사님이 알고 있었기에 바닷속에서 강사님은 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무릎으로 천천히 움직여 강사님 앞에 앉았다. 그런 나를 양손으로 꽉 붙잡은 강사님은 마스크 물 채우기를 해보라고 했다. 아아,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두려움에 떨며 천천히 물을 채웠고 코에 물이 들어가자 당황하여 몸을 비틀었다. 강사님은 그런 나를 꽉 붙들어 잡았고, 나는 곧 코를 잡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코를 잡고 몇 번 숨을 쉬다가 배운 대로 코로 숨을 뱉어 마스크의 물을 빼냈다. 코 속이 얼얼했지만 일단 해냈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배로 돌아와서 밥을 먹는데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망고와 옥수수만 씹었다. 다음 입수엔 마스크를 벗는다고 했다. 아, 벗으면 진짜 죽을 거야. 돈이고 경험이고 뭐고 방금 바다 아래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고통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강사님께 말했다.
"저, 못하겠습니다."
"할 수 있어요."
"마스크 벗는 거 진짜 못하겠어요. 저 자격증 안 따도 돼요."
나의 심각한 표정을 읽었는지 강사님은 나를 배 앞쪽으로 따로 불렀다. 정 그러면 나만 마스크 물 채우기를 한 번 더 하는 것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것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만 마스크를 안 벗어도 된다는 안도감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자격증을 따게 된 것이었다. 그러니 또다시 다이빙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동시에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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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첫 스쿠버 다이빙은 뭐든 혼자 해야 했다. 필리핀에서 두 명씩 옆에서 보조를 해주며 힘쓰는 일이 적었던 것을 황제 다이빙이라고 부르는 걸 후에 알게 되었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불안한 마음으로 산소통과 BCD를 결합하고 웨이트를 낑낑거리며 수평을 맞추었다. 무게가 나가는 걸 몇 번 들었다 놨다 하니 금방 힘이 빠졌다. 왜 돈 들여 이 고생을 하고 있나. 게다가 파도가 높아서 속이 너무 안 좋았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상태로 바다에 들어갔다. 배 위에서는 얼른 바다에 들어가면 낫겠다 싶었다. 바다에 들어가 10분 정도는 좋았다. 산소통도 안 무겁고, 멀미도 안 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잊었던 목이 찢어지는 듯한 감각이 시작되었다. 아, 맞아. 이게 있었지. 목이 아프니까 자꾸 코로 숨 쉬려고 해서 콧김이 마스크 안을 덥히고 그러면 마스크에 김이 서린다. 숨 쉬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물고기보다는 몸을 가누는 것에 더 신경 쓰게 되니 재미보다는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어쨌건 바다는 예쁘고, 내가 좋아하는 가든일도 보고 좋긴 좋은데...
문제는 멀미였다. 필리핀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뱃멀미. 태어나서 처음 겪는 뱃멀미였다. 결국 두 번째 다이빙에서 나오자마자 토하고 누워버렸다. 나와 친구 둘 다 밥을 먹지 못했다. 세 번째 다이빙은 쉬고 누웠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있으니 좀 살 것 같았다. 그리고는 다음날 다이빙은 포기했다.
다음에도 다이빙 갈래? 하고 물으면 물론 간다고 할 거다. 하지만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니?라고 물으면 아직 까지는 자신 있게 '좋아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직은 좋음과 싫음을 알기엔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몇 번이나 더 해봐야 좋고 싫음이 분명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