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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롭지엥 Jul 23. 2024

입양에 대한 그들의 생각

입양되었다고 말하는 아이

13살 되는 딸아이 친구들이 서너 명이 모였습니다.

여느 사춘기소녀들처럼 희희낙락 킥킥대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딸의 친구들은 출신이 다양합니다. 

그리스 출신 친구 A가 갑자기 노래? 랩? 속사포 랩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입양아, 나의 아빠와 엄마는 나를 낳지 않았지! 나는 K-pop을 좋아해! 아빤 콘서트 티켓을 사느라 힘들지!" 

이런 랩인지 노래인지 모를 말들을 속사포처럼 떠들고, 주변의 여자아이들은 킥킥대면서 웃고 있었습니다.


잠깐만!!!!

뭐? 입양? 자기 입양된 상황에 대해 노래를 하면서, 저렇게 사람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밝히면서 웃는다고?



어느 날 딸아이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입양"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우리 학교에 친구 누구누구(복수)를 지칭하면서, 그 친구들이 입양되었고 본인의 입양사실에 대해 숨기지 않고 당당히 말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입양"이라는 거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우리 딸이 벌써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다니, 이런 주제로 아이와 대화를 나누게 될 줄을 몰랐습니다.

저는 딸아이들의 주변 친구들이 "입양"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에 대해서 너무 놀랐고, 감사했습니다.


예전에 어떤 모 프로그램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는 데, 한 아이가 사람들에게로 가서 물어봅니다. 그러면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었는데요.

"저희 엄마가 그러는데, 제가 입양이 되었다고 합니다. 입양이란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는데 사람들은 각자의 대답을 합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고 눈물을 쏟게 만든 대답은 바로 이러했습니다.

"입양이란 인생에서 두 번 다시없을 가장 큰 선물이란다!"


이 한마디에 눈물이 주룩주룩 났습니다.

그 영상을 계기로 저도 생각을 해본 거 같아요. 

나도 아이를 입양해서 키울 수 있을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연예인 중에 신애라 씨가 있는데, 그분은 딸 2명을 공개입양하여 키우고 있는 분이지요. 


이분의 공개입양으로 한국에서도 "입양"이란 개념이 어느 정도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합니다.

한국에서 "입양이란"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쉬쉬하고 했던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하는데, 인식을 많이 바꾸게 되었다고 하죠. 


여기 네덜란드라는 땅에서,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 

이렇게 아이들이 개방적으로 마음을 열고, 따뜻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하여서 참 귀했습니다.


유럽생활의 시간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남의 시선에 목메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한 생각들이 문화가 되어가겠죠. 


당당하게 본인의 입양사실을 밝히고, 꺼릴 것 없이 행복하게 사는 아이의 친구를 보고

오늘 생각을 끄적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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