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하던 호구가 사장이 되었다.

by 강한민아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나보다 3살 많은 우리언니가

처음 베이킹이라는걸 했다.


나는 옆에서 5살 어린 동생과 구경하며

아주 조금 깨작거리며 도와봤다.

(사실 언니에겐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지도..)

내 인생 첫 베이킹은 미술놀이처럼 너무 재미있었다.


언니는 그날 이후로

베이킹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용돈이 생기면

꼭 베이킹 재료를 구매해서

베이킹을 했다.



그게 벌써 스무해도 더 전의 일이다.

당시엔 지금 처럼 베이킹시장도 많지 않고

정보도 정말 없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베이킹책도 매일 가서 찾아봤다.

처음엔 저울도 사용법도 몰라

쩔쩔매었지만 몇번 해보다 보니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 신기한 취미를 가진 아이 >가 되어있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때만 해도

베이킹이 흔하지 않았었다.

베이킹을 해서 학교에 가져가면

친구들이 이걸 진짜 집에서 만든거야?

하며 너무 신기해하곤 했다.



그땐 쉬운 베이킹이 뭔지,

어려운 베이킹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예뻐보이면 닥치는대로

재료를 사서 만들었다.



당시 우리집 오븐은 가스오븐이였는데

가스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엄마에게 혼난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오븐 안에 있는

내가 구운 빵, 쿠키를 보고있으면

너무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는 방학 때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 더 스케일 크게 재료를 샀다.



가장 예쁜건 학교에 가서 친구들 나눠주고

망친건 집에 놓았던 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보니

우리엄마아빠는 참 섭섭했겠다. 싶다^^;



당시에 강남 고속터미널에

베이킹재료상이 있었는데

이것저것 샀더니 재료값이 35만원...ㅎㅎㅎ

생각해보면 베이킹에 정신 나갔던거같다.ㅎㅎㅎ



나는 그렇게 꾸준히 베이킹을 했다.

베이킹은 나에게 굉장한 힐링이였다.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으면

베이킹을 해서 선물을 했다.

친구들은 자주 선물하는

나를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선물하는

호구 였던거같다.



만드는거, 선물하는거, 일상 등 기록을 했다.

당시 티스토리블로그, 네이버블로그,

싸이월드 블로그 많은 블로그들이 유행했다.



나도 그중 하나의 블로그에

기록을 시작했다.

어느날 누군가 나에게 댓글을 달았다.



"너무 쿠키가 예뻐서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구매할 수 있나요?"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 제가 팔아본적은 없는데

해드릴께요 얼마만큼 선물하고싶은데요?"



가격도 정하지 않았던터라

원하는 가격을 물었더니

5만원어치 선물을 하고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또 재료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러 갔다.


5만원짜리 주문을 받아놓고

재료상에 가서 이거저것 사고

포장재료도 사고 했더니 재료값이

20만원이 나왔었다. 그래도 기뻤다.


나한테 주문이 들어오다니!

5만원 어치를 만들기 위해

나는 20만원을 써서 15만원.

아니 생각해보면 가스값 재료값

내 인건비를 생각해보면

훨씬 손해였지만 너~~~~무 행복했다.




나한테 누군가 쿠키를 사고싶다고 하다니!!

세상 처음으로 무언가 되게 뿌듯하고

내가 선택한 노력에 대한

묘한 행복을 느낀 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