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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고양이>

<작가와의 만남, 스토리를 담다>

by 고강훈

아주 어릴 적이다. 88년에서 89년 사이의 겨울쯤이었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작은 반찬 가게를 운영하셨고 우리는 가게에 딸린 방에서 살았다. 시장에 있는 점포들은 대부분 방이 하나쯤 딸려 있었다. 방이 없는 점포라면 평상으로 쉴 공간을 만들어 장사를 하곤 한다. 특히 겨울철의 평상은 동네 미용실만큼이나 붐볐고 인기가 높았다.


찬거리를 사러 온 손님들이나 그냥 지나치다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궁둥이를 잠깐 붙이고 간다. “아~ 집에 가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안 가시더라.


수다를 떨다 보면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밥 하러 빨리 가야 한다고 부랴부랴 뛰어가는 손님들도 많이 봤다. 겨울이라 그런지 손님들은 엉덩이를 뗄 기색이 없다. 평상 아래에는 연탄불을 피워 엉덩이가 따뜻해지고 있었으니까. 따뜻했다. 그 불을 꺼내서 김치 국밥을 끓여 먹기도 했다. 얼었던 마음까지 녹일 정도로 따뜻했다.


추웠던 어느 겨울날 가판대 근처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 울음소리처럼 작고 귀여운 소리였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그 울음소리를 따라갔다. 찾았다. 그것은 새끼 고양이 두 마리의 힘없고 가여운 울음소리였다.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에서 슬픔을 느꼈다. 모성애는 느낄 수 없는 나이였지만 내가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이 고양이 두 마리 우리가 키우면 안 돼?”


“안된다. 너는 못 키운다.”


엄마는 괜히 애꿎은 고양이가 내 손에서 죽을까 봐 걱정했다. 동물을 한 번도 키운 적도 없고 단지 이뻐서 키워보겠다는 것. 다른 친구 집에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다. 우리 집 상황에는 엄마 잃은 고양이보다, 꼬리 흔들며 밥 달라고 하는 고양이보다, 엄마에겐 내가 크는 게 먼저였으니까….


“나만 없어, 고양이”


어미 잃은 길고양이 새끼 두 마리가 불쌍해서 며칠간 떼를 쓴 기억이 난다. 결국 그 고양이를 죽이지 않고 고양이를 잘 키우는 조건에서 허락하셨다. 고양이의 집은 따로 없었다. 가게 안의 평상 밑이 자연스럽게 집이 되었다. 그리고 겨울에는 연탄불을 빼고 난 자리가 따뜻한 고양이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그 온기가 밤새 지속되었을지 모른 채 밤은 무르익어갔다.


내 기억으로 그 고양이를 1년을 채 못 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게에 온 손님이 이쁘다고 달라고 하셔서 두 마리 다 보내버렸다. 엄마는 그때 속이 시원했고 나는 속이 우울해서 저녁밥을 굶었다.


“집에 없어, 고양이”


스토리가 있는 고양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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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소중한 기억이라 길고양이들을 볼 때면 한 번씩 생각이 난다.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고양이를 애써 키울 자신은 없다. 최근에 고양이 한 마리 입양도 중매했지만 직접 집사를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 중의 한 명임은 분명하다.


어제는 고양이 때문에 정말 많이 웃고 잔잔한 행복을 느끼고 봤다. 오랜만에 고양이 사진을 많이 본 것 같다. 성북동 ‘책보냥’이라는 서점에서 수많은 고양이 서적을 보고 감탄을 자아냈는데 그 많은 책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계신 ‘고양이 작가’ 이용한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


거의 호기심 반으로 참석했다.


‘고양이로 북토크가 가능해?’

‘시인이라고 하시던데?’


북토크 현장은 가득 메워졌고, 정말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오신 듯했다. 특히 엄마와 함께 온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북토크의 내용도 좋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사진 속에는 분명 묘생이 있었다.


"수많은 작은 곳의 수많은 작은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수많은 작은 일들을 하고 있다"(아프리카 격언)


이 땅의 애묘인 또한 수많은 곳에서 변화를 위한 수많은 작을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점점 좋아질 것이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 믿는다.




야옹한 이용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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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싫어했고 사진을 찍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며 여행 사진을 올렸을 때는 댓글이 10개도 안 달리더니, 우연히 고양이 사진을 올렸는데 댓글이 30개 이상 달리며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고양이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구독자 수는 5배 이상 증가하고 여기저기서 책을 출판하자는 의뢰가 들어왔다. 5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그 누구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은 무수히 많은 고양이의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여 내 직업은 그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 때로 절묘함과 기묘함이 얽히고, 오묘함과 교묘함이 설킨 고양이의 순간들. 그저 나는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잠깐이라도 웃음을 주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을 뿐이다. 재능을 숨기든 낭비하든 고양이는 열심히 귀여울 따름이므로 나는 녀석들의 그런 모습을 열심히 보여줄 따름이다.

- 『고양이가 재능을 숨김』 작가의 말에서


“고양이의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집을 지키지도, 알을 낳지도 않지만 고양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얻는 능력이 있다.”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이 되었고, 2018년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을 비롯해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10년은 여행가로, 또 18년은 고양이 작가로 살았다. 2009년 첫 고양이책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시작으로 『명랑하라 고양이』와 『나쁜 고양이는 없다』 시리즈를 차례로 출간했다. 이 세 권의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양이 춤>의 제작과 시나리오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밖에 고양이책으로 『고양이가 재능을 숨김』『나만 없어, 인간』『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등이 있다.


#고양이작가

#이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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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이용한 작가

북토크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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