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고등학교 희망
'Youth 잠시섬'은 청소년이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나와 주변을 탐색해 보는 2박 3일 캠프입니다. 강화 지역에서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여 잠시섬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된 'Youth 잠시섬'은 산마을고등학교 3학년 희망의 <낭만이란 배를 타고 Youth 잠시섬>이었습니다.
제법 가을이 무르익던 오후, 희망의 초대로 다솔, 서윤, 수인, 하린, 의준이 라운지로 모이며 두 번째 유스 잠시섬도 시작했습니다. 학년도 학교도 다양한 우리는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어요. 2박 3일간 어떤 음악과 낭만의 여정을 떠나게 될지 희망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며 첫째 날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강화의 싱어송라이터 이웃, 윤슬의 안내를 따라 688살 은행나무와 만났어요. 이 나무가 윤슬을 어떻게 위로해 주는지, 그 위로로 어떤 노래를 만들게 되었는지 들어보며 자연에게 기대어보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숲 해설가이기도 한 윤슬은 이 나무에 왜 열매가 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줬어요. 여러분은 나무에도 암수 구분이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나무에게서 심장 소리가 들린다는 윤슬의 말을 따라 귀를 가져다 대보았습니다. 들린다는 친구도, 들리지 않는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런 사실보다도 숨죽여 나무의 소리를 들어보는 경험이 생경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심장소리도 하나의 리듬이라면 우리는 어떤 소리를 덧입혀 볼 수 있을까요? 해가 조금씩 기우는 강화의 궁골길에서,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윤슬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까 만났던 나무에 관한 노래도, 집에 관한 노래도 들으며 윤슬의 홈콘서트를 즐겼어요. 윤슬이 준비해 준 쌀로 만든 휘낭시에도 참 맛있었습니다. 공연을 들으며 윤슬의 앨범을 살펴보기도 했는데요. 음악을 따라 책을 넘기며 골목골목을 따라 걷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각자 다양한 악기를 담당해 윤슬의 <만녕>이라는 노래를 함께 연주했어요. 익숙한 악기도, 처음 보는 악기도 있었지만 단 몇 분 만에 호흡을 맞춘 우리는 멋지게 피날레 공연을 마무리했답니다!
윤슬의 배웅을 받으며 다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마을의 내리막길을 힘차게 뛰어 내려가며 느꼈던 해방감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요. 뒤로 걸어보기도 하고 옆으로 걸어보기도 하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나아갔답니다. 저녁으로는 희망의 최애 메뉴인 뿌링클을 함께 먹었는데요. 강화에는 bhc가 어느 건물 8층에 있다 말에 읍내의 건물 윗부분만 보면서 치킨집을 찾으러 나선 것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이후엔 잠시섬 게스트 마찌님의 영감모임에 참여했는데요. 각자가 어떤 상황에서 ‘집 같다’고 느끼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어요. 우리가 숙소로 돌아가는 일을 왜 무의식적으로 ‘집으로 돌아가자’라고 하는지, 왜 기숙사에 사는 동안은 집에 있다고 느끼지 못하게 되는지.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골똘히, 다양한 상황을 떠올리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던 밤이었어요.
둘째 날에는 용당돈대로 향했어요. 스윙댄스를 추는 이웃, 날다와 함께 재즈에 맞춰 몸을 움직였습니다. 크게, 또는 작게. 팀을 나누어 각기 리듬을 맞춰 스윙댄스를 추며 부드럽게 돈대를 누볐어요. 가을의 끝자락이라 돈대 바닥에는 낙엽들이 곳곳에 깔려 있었는데요. 춤을 추다 지치면 그대로 누워 쉬기도 하고, 바삭거리는 낙엽들을 밟으며 재즈에 소리를 덧대어 보기도 했습니다. 추울 줄 알았는데 금세 우리의 열기는 뜨거워졌어요.
함께하는 두 번째 저녁은 직접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로 했어요. 희망과 의준이 장을 봐 와 파스타를 대접해 주기로 한 건데요. 실은 이 레시피가 지난 유스 잠시섬의 호스트, 저녁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해요. 함께 채소를 다듬고 면을 삶으며 달콤하고 짭조름한 크림 파스타를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먹은 크림 파스타 중 가장 맛있었어요…(침 꼴깍)
이번 유스잠시섬의 하이라이트, 희망의 고인돌 콘서트! 회고를 마친 뒤 유스 잠시섬 친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잠시섬 게스트 분들도 함께 고인돌 유적지로 향했어요. 이날은 날이 춥고 하늘도 구름이 자욱했는데요. 그럼에도 모두 돗자리 위에 펭귄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콘서트를 즐겼어요. 연주하느라 손이 얼어붙은 희망에게로 따뜻한 핫팩이 던져지기도 했는데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추운 구간이었지만, 고인돌 콘서트 안의 우리는 분명 따뜻하고 다정한 구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다시 라운지에 모여 2박 3일간의 소감을 나누며 유스 잠시섬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각자 자신을 나타내는 노래를 나눠 들으며 지난날들을 회상해 보기도 하고, 서로의 취향을 알아보기도 했어요.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나눌 때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면서도 행복했습니다. 복잡한 학교생활과 모호한 앞으로의 이야기들에서 잠시 벗어나 지금의 우리를 잔뜩 만나 보았던 시간이었어요. 낭만과 음악으로 연결된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서 또 어떤 리듬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난 우리는 틀림없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