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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지 Nov 26. 2020

소리 지르고 싶은 욕구가 튀어나올 때

소리 지를 순 없어서 글 쓰러 왔습니다

11  어느 캠프에 가서 자다가 밤중에 소리를 ! 지른  있다. 룸메이트는 벌떡 일어나 창밖을 한참 확인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자는 척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룸메랑 다른 친구가 머리를 말리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젯밤에  비명 소리 들었어?"

완전 소름 끼치더라"


얘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일어났는데, 나에게도 질문이 왔다. 괜히 놀란 척하며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가족 곁을 떠나 홀로 캠프에 가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같다.  후로 조용한 장소에 있으면 갑자기  사이로 비명이 새어 나올까 걱정한다. 가끔 마음속에서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이 드는 탓이다. 가끔이었는데 요즘은 잦다. 끝나지 않는 답답한 일을  , 마음처럼 일이 진전되지 않을 , 잠을 자지 못할 때면 그런다. 진짜 소리 지르지는 못하니 이를 갈며 억누르거나 딴짓하며 후회거리를 쌓는다.


예전에  어느 '공신'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책상을 뒤엎고 "아이 씨발!!!"하고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는 그렇게라도 해야지 다짐했고 지금은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한다. 굳이 극한을 마주해야 하나. 외력에 의해서든 스스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든(이것도 외압 같지만) 인생에선 자꾸 자신의 한계에 다다른다. 그게 마치 미덕이고 한번쯤 겪어봐야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고통에서 발전이 나온다는 말을 싫어한다. 덴마크에서 만난 어느 공연 연출가는  지긋지긋한 사회 안전망( 과장된 표현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발전이 없다면서 본인이 남극에  이야기를 해줬다. 작업 현장에서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 때문에 창의적인 뭔가가  나왔다고 했다. 일단  제쳐놓고 떠난 남극에서 움직이는 얼음에 서자 비로소 영감을 얻었다나 뭐라나...


배부른 소리다. 제대로 된 예술인 복지체계가 없는 한국에서는 더 그렇다. 예술인들이 하도 어려우니까 고통 속 어쩌고가 유명해졌지 풍요에서도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온갖 좋은 게 나오는 물체 이름도 ‘풍요의 뿔’이지 않나. 난 안락하고 스트레스 없이 작업하고 싶다. 소리 지르고 싶을 때는 후회와 꼼수만 늘지 무슨 발전이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지금까지 내가 성과를  과정은  고통이었다. 끙끙대며  글이 여기저기 실리고, 머리 쥐어뜯으면서 만든 연극이 아름답기는 했고, 상상 자해하며  취재가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과정에서 너무 스트레스 받은 탓에 성취감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결과에는 무덤덤하고 같은 과정 반복을 꺼리는 사람이 됐다. 하기 싫으니까 미루고.


물론 하면 할수록 나아지고 나쁜 습관도 조금씩 개선되는  맞는데... 지금  앞에 놓인 일거리를 도무지 어떻게 해낼지 모르겠다. 아니 하긴 하는데 다른  일도 있어서 문제란 말이다. 잠들면 비명 지를 테니 오늘 밤은 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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