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갱지 Dec 20. 2020

쿨하게 인정

지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경쟁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지는 걸 두려워하는 거였다.


어릴 때 칭찬받는 걸 그렇게 좋아했더랬다(물론 지금도). 하지만 누군가와 대결해야 한다면 슬그머니 빠졌다. 화합을 추구하는 평화주의자라서가 아니었다. 져서 받는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방어 기제였다. 게임도 질까 봐 못한다. 라이프가 무한이거나 애초에 질 일 없는 심즈 같은 게임 정도가 할 만하다. 그것보다 더 좋은 건 내가 항상 이기는 게임이다. 지는 건 재미없다.


좋으나 싫으나 인생은 여러 플레이어들과 함께 하는 게임이다. 당연히 승자와 패자도 갈린다. '경쟁 상대는 남이 아닌 나 자신', '나만의 길', '어제보다 나은 나'. 이런 말들은 허울뿐이다. 셀프 업그레이드가 의미 있으려면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동기부여 연설가와 자기 계발 강사들이 박수받는 이유가 뭐겠나. 자기 계발도 경쟁이다. 인생을 중지하지 않는 이상 경쟁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스탯 비교는 일상이다.


남들과 비교하다 보면 패배투성이가 된다. 열등감을 승화해 성장 동력으로 삼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쉽지 않다. 평소에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에게 졌을 때는 깨끗이 승복한다. 높은 레벨에 있는 고수에게는 배우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비호감이거나 나보다 잘난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 뭔가 해낼 때는 괜히 심술이 난다. 자기혐오가 타인에 대한 혐오로 옮겨간다. 혐오는 누구에게 향하든 조급함과 불안감만 키우는 몹쓸 것이다.


얼마 전, 이 부정적인 감정을 물리치는 방법을 알아냈다. '인정.' 하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것이다. 쿨하게. 진짜 마음속 목소리로 발화하면 효과가 있다. 너를 안 좋아하지만, 네가 이뤄낸 그 성과는 내가 인정하마. 그건 잘했네. 하고 넘어가면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진다. 그 사람이 뭘 어찌했든 난 인정한 대인배가 된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얼른 다시 경쟁 트랙에 올라타야 하니깐.

매거진의 이전글 부지런과 게으름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