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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즈맨 Jul 13. 2021

중고에 대하여

얼마 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고거래' 통해 명품 브랜드의 물건을 사고파는 문화가 새롭게 생겼다는 기사를 보았다.  젊지는 않지만 실제로  주변에서도 당근 마켓이든, 중고나라든 중고 거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하기야 취업 시장에서도 '중고 신입'이라는 다소 모순적인 단어로 대표되는 '쓰다만' 사람들을 선호하는 시대에서 물건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흐름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판적인 시작이지만 실은 나 역시도 중고 거래를 무척 즐긴다. 2018년도부터 지금까지 쓰지 않는 옷이나 신발, 책들을 판매해서 거의 200만 원은 족히 벌었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모든 수익금 일부를 사회에 기부.. 하지는 않았고 개인 여행이다, 사고 싶은 물건이다, 라며 지극히 이기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나의 오후 시간 중 40분이나 써가면서 시내까지 나가 알라딘 중고 서점을 다녀왔다. 더 이상 읽지 않는 책들을 팔고 새로운 책을 사기 위해서였다. 나는 종종 이렇게 다시 읽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책들을 팔고 외국 소설/에세이 섹터에서 눈에 띄는 책을 사 오곤 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단편 소설을 판매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로운 단편 소설책을 구매했다. 일단 표지에 끌렸고, 조금 읽어보니까 꽤 맘에 드는 내용이었다. 호른에 대한 짧은 글이었는데, 왜 호른 연주자가 되었고,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뭐 그런 내용인데, 나한테 어느 부분이 좋았다 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원래 그런 느낌을 남에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건 그렇고, 중고 책을 판매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잡코리아 어플을 켜서 일자리를 확인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괜찮은 회사든 일자리든 조건이든 마음에 드는 무언가가 있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내려보니 <우대사항> 항목에는 '경력 n 년 이상'과 같은 중고 로운 조건이 달려있었다. 분명 나 같은 취업자의 입장에서는 샘나는 조건이다. 그러나 (나는 사업을 해본 적은 없지만) 사업을 한다고 상상하며 사장님이 앉는 큰 의자에 앉아 유심히 생각해보면 사실 그런 것들은 지극히 객관적인 지표다. 업무가 자연스러운 사람을 뽑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차피 좋은 회사일수록 지원하는 사람들은 많을 테고.



추가적으로, 내가 생각하기에 <중고품 거래>와 <중고 신입 채용>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1. 투자 가격을 줄이면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음


2. 잘만 고르면 그럭저럭 퀄리티를 얻을 수 있음


3. 처음에는 찝찝하지만, 일단 해보면 좋다고 생각하게 되고 자주 이용하게 됨.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중고'를 찾는 이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지 않을까. 코로나 19라는 전례 없는 바이러스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찝찝함은 뉴 노멀이라는 세기말스러운 단어로 치환될 테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여름에는 마스크 속에 땀과 숨이 차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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