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책을 쓰던 제작년과 작년 사이, 여자친구든 남자친구든 이성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들과 어쩌다 술 한잔을 하게 되면 물어보곤 했다.
“너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만나는 것 같아?”
“넌 왜 그 사람이 아직도 좋아?”
“넌 이렇게 오래 만날 줄 알았어?”
“계속 만나고 싶어?”
이런 개인적이고 무례하고 어투에 따라서는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질문들을 하곤 했다. (생각해보니 미안하다.)
아무튼 이런 질문을 받은 착한 친구들은 나에게 화를 낸다거나 소주병을 들고 머리를 깬다거나 먹고있던 안주를 던지거나 하는 일 없이, 제각기 표정, 말투 등 다양한 반응으로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반응만큼 다양한 서론 본론이 있었지만 공통적인 결론은 이거였다. “이만큼 날 이해해 줄 사람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 맥주를 마시며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를 보고 있자니, 그러했던 친구들의 논리가 생각이 났고, 머릿속에서 그들의 답변을 조합해낸 뒤 나만의 결론을 도출했다.
누군가를 오래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이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다 라고 인정하는 것보다는 내가 사실은 별로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