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간로 Nov 27. 2022

코로나 후 일본여행, 이건 최악이었어

요즘 일본 숙소 예약시 유의해야 할 점

어디 호텔이 좋다고 해봤자 이거하나면 아무 소용 없더라

잘못하면 날밤샌다


교토-오사카를 다녀왔다.

일본 다시 간건 거의 20년만이던가. 한동안 안 갔었다. 사실, 한동안이라고 하기엔 처음에 도쿄에 갔다가 너무 서울같기만 해서 실망하고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던 셈.

중간에 패키지로 오사카랑 큐슈 정도를 갔던것도 같은데 그건 잘 기억이 안난다.

‘관광지’만 요소요소로 찍는건 그곳의 지리적 감각을 망각하게 한다. 패키지는 그런것들과 무관하게 굴러가라고 만든 일정이니까. 그래서 그건 거길 진짜로 ‘간건’ 아닌거 같다. 사진만 남는데 그곳이 어떤 도시의 어느 편에 있다, 거길 가려면 여기선 얼마나 걸리고 언제쯤이 좋으며 뭘 타고 가야한다, 사람들은 어땠다 같은거랑 얽혀 기억되는게 아니다. 어떤 곳이 이런 곳이구나로 새겨지지 않는다. 내가 기억을 못하는것도 그럴만하지. 지도에 그려지지 않으면 내겐 여행이 아닌가보다.

그래서 내게, 일본 간사이 지방을 간건 요번이 처음인게 맞다.


도쿄보다는 훨 나은 경험이었다. 여긴 ‘서울’은 아니군. 일본스러움을 보고싶으면 확실히 여기가 더 낫다. 도쿄는 그냥 현대도시. 여태 내 기억으론 그렇다. 하긴 도쿄대공습으로 다 불타고 새로 지어진 20세기 후반 신도시에 옛 무어가 남았겠는가마는.


여행지로서의 일본이야 한국인에게 가장 허들이 낮기도 하다. 국내 웬만한 데보다 가기에 덜걸리기도 하지, 시차라는게 있길 하나, 같은 한자문화권에다 일본어는 한국인이 진입하기엔 가장 쉽게 느껴지는 외국어다. 이젠 한국과 같거나 오히려 더 저렴한 물가에 낯설게까지 느껴지는 일본특유의 친절함까지.

그냥 아무생각없이 가도 되지 않나. 여행지로서는 두말할 나위없다.


이번에도 익히 들어온 그런 이점들을 충분히 느꼈기도 하다. 단 하나만 빼곤.

그건 오사카에서였다.  




나는 이번 여행을 여느때처럼 급하게 잡았다. 이때쯤 시간이 날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확실하다 할 수 없었기에. 일정 정도의 확률에 확신을 실어도 되는 상황이 되어서야 나는 바로 일정을 잡았다. 바로 비행편을 예약하고, 보고 즐길 거리를 찾아보고… 가장 관건은 주말 때의 숙소였다.

아마 오사카에서 주말을 지내야 하는데 괜찮은 입지다 싶은 곳의, 혼자 가도 잡을만하다 싶을 정도의 가성비 숙소는 주말이라 동이 나고 없었던 것. 그래도 한 숙소 체인 지점에 취소자리가 나온걸 순간 겨우 잡았다. 위치는 오사카 혼마치 인근.


교토를 며칠간 있다가 로컬들 동네밥집에서 뜻밖에 고기찬을 덤으로 주는 감동에 정말 오랜만에 외식서 잔반없이 그릇들을 싹 비워보기도 하고, 아라시야마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동생들에 나도 옛날에 해외 어디서 형님 누님들께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얻어먹던 기억이 나서 굳이 연락해 밥 한끼 사먹여 보내기도 하고, 예정에 없이 들어선 자그마한 절에서 정갈한 실내 정원과 요즘 그림들에 여긴 갤러리 아닌가 하기도 했고, 길가다 본 미술전시 테마가 마음에 들어서 다음날 일정을 바꿔 거기 미술관 둘러보고 그랬다.


이젠 오사카로 떠나는 길이 뭔가 아쉽기도 했지만, 가야지. 여행이니까.

오사카로 옮긴 때가 딱 주말이었다. 클리셰처럼 사람으로 와글대는 도톤보리 가서 손들고 사진좀 찍어주고 편의점 어디서 간식거리 좀 챙겨서 취소자리로 겨우 구했던 주말밤 숙소로 들어왔다.


씻고 자려고 슬슬 누워있는데 들려오는 바깥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교토랑 다른데?


큰 도로가이긴 했지만, 일본인데 별일 있겠어 싶었는데 이따금씩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

이따금씩이긴 한데 절대 안정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기괴한 패턴의 배기소리. 도대체 얼마나 괴상망측하게 소음기를 떼어놓은걸까 싶은.

한창 때 한국의 90년대 폭주족이 일본엔 여태까지 재림하고있나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_3IcJDUVQ8


느껴지기론 이거보다 심했다.

내가 잠을 못드는게 혹시 오늘 교토에서 마지막으로 어느 카페에 들어가 오랜만에 마신 커피때문인가도 했는데 아니었다. 그거 한창 낮에 마셨단 말이다.


물론 몇시간 내내 저런건 아니다. 근데 한 2~30분 주기로 불규칙하게 저런 소리가 반복됐다. 배기음 소리가 규칙적인 것도 아니다. 그거 있지 않나. 악셀 밟을 때마다 나는 엔진음. 그걸 일부러 (주변의 관심과 어그로를 갈구하는 폭주족이니까 당연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할까를 계산이라도 했듯이 최대한 큰 굉음으로 커나갈 수 있게 밟아대며 나오는 무작위성으로부터의 혼돈.

그래, 뭐 폭주를 하는거에 다 자기 삶의 사연은 있을 수도 있겠지. 폭력적 아버지로부터 주기적으로 학대당한 가정에서 뛰쳐나온 울분을 풀어야만 한다든가, 아니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학교에서 쫓겨나 꼬여버린 삶의 궤적에서 세상과 공권력에 대한 억울한 감정을 저렇게라도 표출해야 하는, 굳이 저래야만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저 반복되는 지겨움일 뿐인 삶에서 잠시 일탈이 필요하다거나, 그저 예쁜 여자에게 수작 걸던게 잘되어 뒤에 태우고나서 저러는 걸수도 있다. 그건 용서가 안돼.


교토에서 느꼈던 평온함과 그에 걸맞는 사람들의 친절함에 대비되는, 주변의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거 같은, 아니 그 누구든 타인의 귀를 얼얼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이 격렬한 소음. 이게 <국화와 칼>에서 본 다테마에(겉모습)와 혼네(본심) 같은거냐. 맥락은 전혀 다를지라도 이분법에 동치시켜 그렇게까지 느껴졌다.


나중에 이 얘기를 들은 지인의 말로는 코로나 동안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코로나가 풀리니 이제 본격적인 난동인 거다. 앞뒤 안재는거 같은 폭주족이라도 코로나 걸려서 잘못되긴 싫었나보군.


저렇게 시달리다가 대체 오사카 케에사츠('경찰'의 일본어)는 뭐하는거냐 하는 순간 뒤이어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오토바이 굉음 후에 그들을 쫓는듯한, 요란하나 규칙적인 사이렌 소리.

이젠 좀 조용해져라 했다. 신이시여 제발! 하느님! 오 알라 붓다 시바신시여어!!!

그러나 내 기도메타는 통하지 않았다. 다만 소음에 경찰 사이렌 소리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새벽 5시가 되고 동틀 무렵이 되어서야 소음은 잦아들었다. 그러면 뭐하랴 이미 수면호르몬이 충분히 나올 시간대는 오롯이 지나갔다. 나는 방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이미 하루종일 졸릴터라 그날 일정은 꼬이게 생겼다.


숙소서 간단히 조식을 하러 나가면서 나는 카운터의 직원에게 예약된 나머지 숙박을 취소하고 오늘 바로 체크아웃하겠다고 말했다. 직원은 무언가 황송한 표정으로 나의 영어 섞은 일본어에 하잇하잇 답했다.


아침을 하고 방에 올라가 짐을 정리하면서 다시 잡을만한 숙소를 구글맵에서 찾아봤다. 큰 길가는 절대 안잡아. 그래도 주요 관광지에서 너무 멀지 않은 몇몇군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한군데를 잡아 온라인 예약을 진행하려는 찰나, 갑자기 그 생각이 스쳤다. 아! 구글맵 리뷰를 안봤다.

나는 급히 그 숙소의 구글 리뷰를 최근순으로 나열했다. 역시나 폭주족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출장으로 묵었는데 오토바이 때문에 한숨도 못잤다.
직원들은 친절하나 잠은 전연 잘 수 없다.


여긴 바로 탈락. 별점이 얼마나 높든 유튜브 어디서 소개가 됐든 그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다른 후보들도 여럿 더 탈락시키고 남은 최후의 한 군데로 난 그날 숙박을 바로 잡고 짐을 모두 들고나와 옮기기로 했다.


그 최후의 대안. 그 숙소에 들어서고 직원에게 나는 그 얘길 했다. 전망 따윈 필요없으니 큰 길가에 면하지 않은 구석탱이 방자리를 내어달라. 오전 중에 일찍 도착한거라 그게 가능했다. 직원은 나의 이런 요구에 요모조모 자판을 두들기더니 나에게 이따 오후 몇시 이후에야 체크인이 가능하다 했다. 짐이야 로비에 맡기면 되는거고. 그러고서 나는 겨우 그날 여행을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여기서도 아예 소음이 없진 않았다. 이따금씩 오토바이 소리는 들렸다만 전날의 고통에 비할바는 전혀 아니었다. 아마 주말이 아니었던 탓도 클 것이다. 폭주족도 다음날 아침 출근은 해야 먹고살며 오토바이 몰 수 있다. 그래도 난 남은 3박을 숙소에서는 무난한 휴식을 취하며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마지막 날 밤에 번화가를 걷던 길에 나는 내 하루밤을 새게 만들었던 그 시끄러운 소리의 바이크를 몰고다니는 운전자를 길건너편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 목도했다. 어디 후려칠거라도 있었으면 좋았으려나. 아, 근데 어차피 멀어서 안됐을거야.

그런데 그 운전자, 생각보다 얌전하게 생겼다. 그냥 어디 평범히 회사출근해서 다닐거 같고 가만히 뭐 물어보면 스미마셍,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도~조 할거 같은 인상. 머지? 진짜 혼네와 다테마에라는게 맞기라도 한건가. 여기 사람들은 혹시 다른건 얌전히 사회적 틀대로 사는데 자신의 개인성을 오토바이 배기음으로만 몰빵해서 표출하기라도 하는건가.

생각해보면, 한가지 놀라운건 리뷰를 보면 이게 한두번 반복된거 아닌거 같은데 근처의 다른 주민들은 아무런 항의를 안했는가였다. 이 정도로 굉음으로 밤을 꼴딱 새게 만들 정도면 진작에 경찰이나 어디 관공서에 민원이나 진정이라도 할만하다. 그런데 여태까지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의 숙박 리뷰에 불평이 잔뜩 올라올 정도로 방치되고 있다라... 여기 사람들은 이런식의 개인성 표출엔 관대하기라도 한건가.


물론 이런 폭주족(?)만 본건 아니다.

숙소로 가던 길에는 제대로 된 비주얼의 진짜 폭주족도 있었다. 온몸에 새겼을거 같은 귀 뒤에까지 올라오는 문신 문양에, 피어싱 서너 개는 해놓은 장신구의 모양새에 쫙 달라붙는 가죽점퍼. 그리고 내가 잠을 설치며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 정말 뒷자리에는 같은 코드의 패션을 한 여자가 앞의 문신남에게 자기 몸을 밀착시킨 채 타있었다. 그래 이 정도 모양새는 돼야 진짜 폭주족이지! 금방이라도 코노야로(이 녀석)를 외칠거 같은 녀석은 알 수 없는 일본어로 큰소리로 혼잣말인지 주변엔지 뭐라뭐라 떠들더니 부다다닷 소리를 내면서 내게서 멀어져 갔다. 이 녀석에겐 혼네와 다테마에를 적용하긴 힘들군. 뒤늦었지만 그래, 얘의 뚝배기를 깼어야 했어.




내가 겪었던 고통에 고무되어서일까, 구글에 익명으로('정말일까?'싶긴 하다.) 보고된 내 개인정보 탓일까 귀국 후 보던 유튜브 추천에는 이따금씩 일본여행 영상이 올라왔고 그 중에는 일본 숙박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어디어디가 가성비가 좋다, 온천 등 뭐가 잘돼 있다 등등. 나는 콧방귀가 나왔다.

그런거 다 아무 소용없어요~


한 영상은 후쿠오카였다. 그냥 길거리 음식 먹다가 지나가는 영상이었지만 난 분명히 보았다. 그 유튜버 뒷편에 그 부다다닷 소리를 낼만한 큰 배기음의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을. 직접 겪어본건 아니라 해도 저기도 분명해 보였다. “폭주족이 있다.”


그래서 결국 내 결론은 이랬다. 교토급의 조용한 도시가 아니고선 일본내 주요 대도시는 숙박잡을 때 폭주족 고려가 필요할거 같다라고. 특히나 주말밤이면 정말 반드시 대단히 꼭. 폭주족도 주중 아침에 출근은 하는 모양이니까.


아니면 또 20분마다 깨면서 날밤새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주말낄 때 최악.



세줄요약:


-코로나 후 일본의 대도시 숙박에는 폭주족 리스크가 있다. 잘못하면 밤새 한숨 못잔다. 특히 주말 숙박이면 어휴.

-구글맵의 리뷰를 최근순으로 나열하고 숙소 리뷰를 확인해볼 것. 폭주족이나 오토바이 관련 클레임이 있다면 해당 숙소예약을 보류하길 추천. 불가피하면 체크인시 도로가로 창문이 나있지 않은 밀폐된 방으로 배정받길.

-유명관광지는 주로 구시가 쪽인데 로컬들 주거지역이 밀집한 신시가쪽은 좀 덜할듯도 보인다. 일본 경찰은 뭐하나 저런 애들 안 잡아가고.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편의점, 네이버페이 쓰려다 돈 잃은 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