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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나길 Feb 19. 2024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해."

책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리뷰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스티븐 기즈/조성숙/북하우스

 -출간연도: 2015년





완벽주의자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그 어떤 성공도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 (p.217)


 지금 당장 행동하라, 일단 해봐라. 아마 이런 류의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뻔하게 들릴 정도로 자주 들어온 말일 거다.


 뻔한 말을 듣게 될 뿐이라도 내게는 이런 책을 읽는 게 중요했다. 어디 무거운 족쇄에 발을 묶이기라도 한 것마냥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내게 동력이 되어줄만한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누가 내 몸에 무거운 쇳덩이라도 달아놓은 건지 마음과는 달리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래, 솔직히 인정하자. 난 언젠가 만날 결정적인 한 권의 책이 구제불능인 내 삶을 뾰로롱 바꿔줘서, 못 다 불사른 열정을 한껏 불태우며 그동안 계속 뒤로 미루기만 하던 일들을 모조리 해내는- 뭐 그런 마법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루 하루 뒤로 미루어진 일들은 그 지나간 시간만큼 무게를 더해가고, 그만큼 더 중요해진 일들을 차마 또 손대지 못한 채 회피하는 악순환을 수없이 반복해왔다.


 동기부여를 위해 읽어온 책들은 내게 잠깐의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지난한 날들이 이어질수록 책이 불어넣어준 활력의 지속시간은 점점 짧아지기만 할 뿐 오랜 무기력은 짙어져 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내 인생을 180도 바꿔줬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단 한 권의 책이 단숨에 삶을 변화시켜준다면 참 좋겠지만, 그런 일은 대개 일어나지 않는다. 책은 그저 쌓여온 경험과 그간 그려온 삶의 궤적을 만나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 책은 마침 이 시점에 내 삶의 궤적과 만나 어떤 단초가 되어주었다는 거다. 이 책은 내 케케묵은 완벽주의를 해체해나가는 데에 보탬이 됐다.



 자존감 높이기와 자기 사랑은 내 오랜 과제였다. 빨리 그 과제를 해결해야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참 오래도 붙들고 있었다. 그 오랜 시간 그 하나에 노력을 쏟은 끝에 내가 얻은 거라곤 '높은 자존감은 허상'이라는 것과 자기 사랑이라는 게 단순히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는 깨달음,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시행착오의 연속 정도다.


 왜 이 책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지 묻는다면, 결국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이란 이런 것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 더 나아가 나의 미숙함을 받아들이고 나약함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 여기서부터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본래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인생은 결함투성이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다만 지금 이 순간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완벽한 이미지'에 자신을 끼워맞추기 위해선, 가장 먼저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미숙하고 부족한 자신'이 무시되어야 한다. 그 '완벽한 이상'과 실제 자신의 간극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일시적으로 그 이미지에 충족된 모습을 갖출 순 있더라도 내가 상상하는 평평한 이미지와는 달리 나는 입체적인 인간이다. 불가능을 꿈꾸는 거나 다름 없다.


거울 속 나를 보며 '사랑해'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게 자기 사랑이 아니다. 내가 미처 용서할 수 없던 내 모습과 상처들을 받아들이는 게 자기 사랑의 시작이다.


 지금의 내가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금 가진 것으로도 충분하다.


 때로 발가벗은 맨몸으로 나서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해보는 거다.


 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제시한다. 아주 새롭지는 않더라도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 조금씩 시도해볼 만한 것들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도움이 됐던 건 '기준점 조정하기'와 '디지털 사고'인데, 자세한 건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책으로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듯 싶다.


 만약 무거운 몸을 끌고 작은 시도를 해봤다면 그런 자신에게 맘껏 칭찬해주자. 인정할 수 없더라도 그만큼 움직이는 데에는 분명 큰 용기가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그 작은 시도가 변화의 바람이 스며올 틈을 만들어주리라.



매번 자신 있게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기준점에 올라선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높게 잡은 기준점을 따라잡았을 때에도 당연히 그렇지만, 혹여 낮은 기준점을 달성했을 뿐일지라도 하찮게 토끼 뒤나 쫓는 사냥개 같다며 자신의 성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기준점에 올라섰다는 것은 자신감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성공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 (p.187)


사람들은 대개 실수를 퇴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디지털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터득하면 '1'을 얻는 중간에 생긴 실수는 필요한 과정을 밟다 생긴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개념 하나를 소개할 테니 지금 바로 머릿속에 집어넣어라. 상황을 단순화해 성공하기보다 실패하기가 더 어려운 길을 만들 때 '성공 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p.238)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는 '우울-아무것도 하지 않음-우울-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나, '죄의식-과식-죄의식-과식', '피곤함-게으름-피곤함-게으름'의 사이클에 빠진 사람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이 악순환이 만연한 이유는 그 악순환이 저항이 가장 적은 디폴트 값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들어서기 쉬운 길이고 우리 인간은 쉬운 길을 좋아한다. (p.239)


하루를 시작할 때 성공을 겨냥하지 말고 전진을 겨냥하라. 아주 약간의 전진도 전진으로 인정하라. (p.249)


발전을 성공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흠집 하나 없는 드높은 목표에 도달하려고 집착하는 마음을 덜어내고 다음 단계로 차분히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p.250)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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