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나답게 해주는 것

<나는작가다> 3차 공모전

by 가온나길

아주 오랫동안 나다움을 찾는 일에 골몰해왔다.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가? 어차피 살아가면서 나라는 사람은 계속 변해가겠지만 내게는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항상 중요했다.


그건 나뿐만이 아닌 듯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장 이타적인 행위조차 가장 이기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가장 잘 기억한다는 말도 있다. 자기 자신에 관련된 것에 활성화되는 뇌 부위도 있단다. 이렇게 누구나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이, 나다움에 대해 찾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내게는 많은 취미와 흥미분야가 있다. 이런 취향과 관심사, 가치관의 총 집합이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낸다. 그 많은 것들 중에서도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 다이어리다. 나는 다이어리를 꽤 오랜 시간 써왔다. 생각지 못하게 다이어리라는 것을 쓰게 됐고, 그 당시의 내 시점으론 다이어리를 쓴다는 건 나답지 않은 일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나답지 않은 행위가 오랫동안 나를 붙잡아주고 꾸준히 나다움을 비춰주고 있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사실 다이어리라는 건 굉장히 개인적이며,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을 잘 반영한다. 다이어리를 어떤 용도로 쓰는지, 다이어리를 어떤 식으로 작성하는지, 즉 어떤 내용을 담는지 등. 그 모든 게 쓰는 사람을 반영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다이어리는 그 개인의 역사를 담는다. 스스로도 잊어버리거나 윤색할 수 있는 과거 일들이 그 안에 담겨있다. 그 일들은 글자라는 형태로 잠들어 있다가 다이어리를 펼치면 신기하게도 고스란히 눈을 뜨고 기억 속에 살아난다. 내 다이어리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다이어리도 분명히 그 사람의 가장 그 사람다운 부분들을 담고 있을 것이다. 나와 내 친구의 다이어리가 그렇듯이.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은 사람들이 모두 같은 관점으로 세상을 보지 않으며, 사람마다 다른 그 관점이라는 것을 강점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부록으로는 나의 다섯 가지 테마를 알려주는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코드가 있다. 말이 길어졌는데, 그 테스트에서 내 주테마 중 하나로 ‘회고’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이 말을 꺼냈다. ‘회고’라는 테마를 주테마로 가진 사람은 과거의 일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꾸 거울처럼 과거의 일을 꺼내보고 탐색하고 거기에서 현재에 적용할만한 힌트들을 구한다. 그런 성향 때문인지 내게 다이어리는 많은 도움이 됐다. 뭔가 해낸 게 없는 것 같거나 혼란스러울 때, 자꾸만 우울해질 때 다이어리를 펼쳐본다. 재밌게도 분명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내가 답을 주기도 한다. 예전에 찾았던 답이 나도 모르는 새 안개 속으로 숨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 참 이상하지. 분명 두 손에 꼭 쥐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또 지금의 내게는 너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때의 나를 보기도 한다. 그때는 그걸 가지기 위해 그렇게나 발버둥을 쳤더란다.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과정과 그 안에서 울고 상처받고 웅크리고 다시 일어섰던 나를 본다. 그렇게 만들어온 내가 너무도 당연해서 앞으로 계속 쟁취해야만 할 것들에만 쏠려있던 내 신경이 겨우 가라앉는다. 그제야 나를 보듬고 고맙다며 도닥일 수 있게 된다. 물론 아주 일시적이긴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던가. 이미 해결했다고 생각했던 문제로 다시 침잠하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주저앉곤 한다. 그럴 때면 내가 너무 답답하지만 다이어리를 보면 그래도 그런 나를 참아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내게 다이어리는 나침반과 같다. 다이어리는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안내해준다. 그 단단한 중심점이 있기에 나 같은 소심쟁이도 변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나의 세계를 넓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이어리는 계속해서 변해왔다. 더 많이 나를 담을 수 있는 형태로, 내가 더 많이 나를 파악할 수 있는 형태로 말이다. 제법 꾸준히 써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틀이 잡혔음에도 다이어리의 변화는 유유히 이어진다. 앞으로도 내 다이어리는 나와 함께 변해갈 거다. 감사하게도, 내 나침반이 방향을 알려주는 한 나는 두려움을 삼키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여전히 내 다이어리는 변화한다. 나도 함께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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