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리뷰

by 가온나길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센딜 멀레이너선, 엘다 샤퍼/이경식/빌리버튼

-출간연도: 2025년




예전에 유튜버 뉴욕털게 님의 책 소개하는 영상에서 이 책을 접하고 언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내키지 않아 킵만 해놓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최근에서야 결핍에 대해 파악하고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펼쳐보게 됐다.


나는 평생 결핍에 시달려왔다. 결핍에 삶이 늘 송두리째 흔들려 왔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했다. 평생 결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인생을 결핍에 매여 속절없이 시간만 흘려보내왔다는 걸 깨닫고 나자, 이제는 결핍을 분석해보고 그 영향에 대해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은 활용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근데 와... 진짜 힘들었다. 이걸 읽는 동안 결핍이 올라올 일이 많아서. 특히 돈에 대한 결핍에 사무치게 괴로웠다. 어쨌든 책을 읽는 동안 흥미로웠고 도움도 많이 됐다. 일단 내가 왜 그랬는지 스스로도 도무지 알 수 없던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결핍'어떤 걸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적게 가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결핍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결핍은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데 온통 집중을 하게 하는 동시에, 터널링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게 한다. 돈, 시간, 다이어트... 어떤 문제든 결핍이라는 커다란 공통점 안에서 이들은 같은 양상을 보이곤 한다.


결핍에 정신이 팔리면 그 밖의 다른 일들에는 신경을 쏟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면 급하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둔 상태에서 딸의 발표회에 집중하기란 어렵고, 들어와야 할 돈을 신경쓰면서 학업에 몰두하기 어렵듯이.


결핍은 우리에게 '대역폭'이라는 세금을 부여한다. 대역폭이란 우리가 가진 계산 능력, 주의를 기울이고 좋은 판단을 내리며 앞서 세웠던 게획을 고수하고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의 척도다.


우리가 저항하려는 일이 마시멜로나 케이크를 먹는 일이든 혹은 하면 안 되는 말을 하는 일이든 간에, 대역폭에 부과된 세금은 충동을 조절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결핍은 대역폭에 세금을 부과하므로, 이 결핍이 유동성 지능을 낮출 뿐만 아니라 자기 절제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암시한다. -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중


결핍에 사로잡혀 있을 때, 인간은 창을 아주 많이 띄워 과부하 상태가 된 컴퓨터 같다. 주의력이 상실되고 정신이 산만해진다. 실제로 지능이 낮아지고 실행제어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지능이나 이런 정신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인지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한다.


결핍은 짐꾸리기에 빗대어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큰 여행가방에 짐을 넣어야 한다면 별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가방에 짐을 싸겠지만(여기엔 느슨함이 따라온다), 작은 가방에 짐을 싸야 한다면 정해진 공간 안에 최대한 많은 짐을 넣기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런 효율성은 결핍이 가져다주는 이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결핍이 가져오는 악영향 또한 크다.


결핍은 터널 안, 즉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그래서 문제 해결에는 더없이 효율적이지만 터널 밖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로 눈 앞만 보이게 되고 근시안이 된다.


따라서 결핍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보는 선택을 내리기도 한다. 지금 당장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리는 게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더라도 당장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돈을 빌리게 되는 것처럼.


오지 않은 미래를 낙관하는 인간의 경향도 이에 몫을 한다. 오지 않은 미래는 터널 밖의 일이고 결핍에 사로잡힌 눈은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눈 앞의 일, 또 그 다음 일. 저글링을 하듯이 온 신경은 다음 해야 할 일이 맞춰지고,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은 자꾸만 뒤로 미뤄지다 큰 불똥이 되어 발등에 떨어진다. 그렇게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이런 결핍의 특성을 알고 나니, 나와 내가 봐온 다른 사람들의 이해하기 힘들었던 행동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또, 내가 어디 크게 하자가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이었던 거구나 하는 깨달음과 안도가 찾아왔다.


조직(기업 등)에서도 결핍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마케팅 비용 감축 등이 그 예시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당장의 예산은 절약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현명한 판단은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거지만 인간들이 모여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핍을 비롯한 인간의 특성이 조직의 움직임이나 방식에서도 드러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결핍의 특성이나 인간이라는 존재의 특성을 파악하고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재밌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느슨함, 현대인들이 비효율적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들에 대해서도 재조명해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느슨함에 감추어져 있던 효율성을 목격한다. 느슨함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 만회할 수 있는 여지, 실패를 해도 괜찮을 여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