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기억 저 너머로 스러져가는 인천 구도심의 이야기
“어떤 장소에 배어 있는 역사적, 문화적 층위가 도시의 풍경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에 주목하고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공통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인천의 오래된 마을과 거기에 쌓인 시간을 감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시독법, 로버트 파우저, 405쪽 중)
스러져가는 옛 기억
인천 구도심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든다.
친정에 올 때마다
옛 건물들이 철거되고
옛 길들이 없어질수록
내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나도 옛 기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힘든데
그 높다란 아파트 사이로
나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인천에 올 때마다
지나갈 때마다 내 기억이 허물어질 까봐
그 기억의 파편들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었다.
그 때의 나를 기억하기 위하여
그 때의 내 젊은 부모님들의 모습들
우리의 어린시절을 둘러싼 그 모습들
그 풍경은 사그라지더라도
내 안에 남아있는 그 풍경들을 내 언어로 지면에
자판을 두들겨 다른 세상으로 옮겨내면 그래도
내 기억 저편에서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늘 두서없이 내려적어가고 있다.
어르신들 중에 치매증상이 많아지는 것과
도심의 재개발과 연관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나 자신의 뿌리가 되는 장소들이 허물어져가고
나의 삶의 추억 한자락들이 개발이라는 이름 앞에 허물어져갈 때
그 사람들의 기억도 추억도 그 사람들의 아이덴티티도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은 아닐까.
오늘 나는 그 이야기를 하려한다.
허물어져가지만
그 곳에서 살아갔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인천 신기촌 시장 속에 살았던 지희라는 아이의 삶을 따라 80년대 -90년대 초반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