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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온슬기 Aug 23. 2024

보이지 않는 아이, 지희  

서문- 기억 저 너머로 스러져가는 인천 구도심의 이야기

어떤 장소에 배어 있는 역사적, 문화적 층위가 도시의 풍경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에 주목하고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공통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인천의 오래된 마을과 거기에 쌓인 시간을 감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도시독법, 로버트 파우저, 405쪽 중)



스러져가는 옛 기억


인천 구도심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든다.

친정에 올 때마다

옛 건물들이 철거되고

옛 길들이 없어질수록

내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나도 옛 기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힘든데

그 높다란 아파트 사이로

나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인천에 올 때마다

지나갈 때마다 내 기억이 허물어질 까봐

그 기억의 파편들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었다.


그 때의 나를 기억하기 위하여

그 때의 내 젊은 부모님들의 모습들

우리의 어린시절을 둘러싼 그 모습들


그 풍경은 사그라지더라도

내 안에 남아있는 그 풍경들을 내 언어로 지면에

자판을 두들겨 다른 세상으로 옮겨내면 그래도

내 기억 저편에서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늘 두서없이 내려적어가고 있다.


어르신들 중에 치매증상이 많아지는 것과

도심의 재개발과 연관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나 자신의 뿌리가 되는 장소들이 허물어져가고

나의 삶의 추억 한자락들이 개발이라는 이름 앞에 허물어져갈 때


그 사람들의 기억도 추억도 그 사람들의 아이덴티티도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은 아닐까.


오늘 나는 그 이야기를 하려한다.


허물어져가지만

그 곳에서 살아갔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인천 신기촌 시장 속에 살았던 지희라는 아이의 삶을 따라 80년대 -90년대 초반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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