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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오리즈 Apr 28. 2020

1-2.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 토스(하)

금융제조업체 토스는 대출과 송금에 전념해야 한다.

금융업체 토스의 선택


    ‘하던 걸 더욱 쉽게’ 바꾸는 혁신의 아이콘 토스는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기존의 선불충전식 토스카드와 다른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일반적인 은행의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나아가 자회사 토스증권을 통해서는 신규 투자 상품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는 모두 돈을 모으고 쓰는 금융의 가장 근본적인 행위이다.   


카드

    토스가 선보일 카드는, ‘PLCC’ 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의 형태가 될 예정이다. 이는 카드사와 제휴 기업이 함께 상품 비용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카드보다 본격적인 할인혜택과 소비자 맞춤형 혜택이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PLCC’ 카드의 경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일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하는 행위인 소비의 영역이다. 즉, 토스의 본질이 적용되기 쉬운 영역이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 제휴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휴사의 입장에서는 상품 비용을 공동부담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기에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 제휴기업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제휴기업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서비스의 범위를 핵심으로 좁혀야만 효율적인 비용대비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페르소나를 그려야 하는데, 정량화된 데이터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이전부터 축적해온 토스의 데이터가 유리할 수 있겠지만,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컨텍스트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에 유리하다. 토스는 핀테크 선두주자라는 강점에 기반해 특정 소비자의 무수히 많은 소비패턴과 결제내역은 더 많이 갖고 있을지 몰라도 카카오톡이 갖고 있는 컨텐츠 이용내역, 즉 소비자의 구체적인 취향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가령 특정 개인이 멜론 결제를 했다는 사실을 모니터링한 것과, 특정 개인의 선곡 리스트를 아는 건 고객 페르소나를 형성하는 시작점이 다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하던 걸 더욱 쉽게’가 제휴기업의 입장에서는 ‘안 하던 걸 하게’가 된다  


    투자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증권사를 인수 혹은 설립해 직접 투자상품을 설계, 심사, 평가 업무를 담당하려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증권 계좌를 새롭게 개설하고, 이를 통해 간편하게 주식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특히 기존의 증권사들은 핀테크 기반의 증권사들이 40~50대 고객층이 대부분인 기존 증권사와 다르게, 20~30대 고객층을 타겟으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30대, 소위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세대는 금융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문외한에 가깝다. 핀테크 업체가 이들을 타겟으로 투자상품을 개발한다면, 결국 어떻게 투자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실질적인 액션으로 유도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핀테크 업체들이 꿈꾸는 미래는 생활밀착형, 취향밀착형 투자상품을 기반으로 투자 시장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개인 개인의 투자액은 적을지 몰라도 20~30대 대부분이 투자를 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도 시장의 파이는 압도적으로 커진다. 


    핀테크 업체가 20~30대를 대상으로 어떤 투자 상품을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단초는 토스나 카카오페이, 그리고 뱅크샐러드에서 이미 시도하고 있는 잔돈저축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다. 행동경제학적으로 사람은 예상치 못하게 번 돈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심리적인 저항감을 갖는다. 고로 자기도 모르게 생성된 잔돈저축금에 대해서는 자신의 돈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붓기 쉬워지는 것이다. 고로 잔돈저축을 통해 생성된 잉여자금을, 잉여자금에 대한 낮은 심리적 저항감을 바탕으로 소액투자로 유도하는 것이 핀테크 업체들의 향후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수많은 컨텐츠를 확보한 카카오가 승리할 수 밖에 없다. 잔돈저축을 통해 매달 축적된 잉여자금을 토대로 월말에 와디즈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식 소액 투자 모델을 차용한 투자상품을 제시한다면 어떨까? 특정 소비자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유료로 컨텐츠를 소비했다면 그 소비내역을 기반으로 그 사람의 페르소나를 추출해 소비자가 희망하는 투자상품을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덕투 모델이다. 특히, 소액투자일지라도 소정의 리워드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카카오페이가 아이즈원 콘서트에 대한 투자 상품을 유치하고, 투자의 성패에 따른 마땅한 금전적 보상 뿐 아니라 오리지널 굿즈를 전원 리워드로 제공한다면, 그리고 이를 잔돈저축 금액이 환급되는 타이밍에 아이즈원 팬에게 공지한다면 그 돈은 고스란히 투자로 향하지 않겠는가?


       ‘하던 걸 더욱 쉽게’와 ‘안 하던 걸 하게’ 가운데 누가 투자로 유도하기 쉬울지는 제법 자명하지 않은가? 


대출

    대출은 어떻게 보면 금융의 본질에 가장 최적화된 상품이다. 돈이 필요한 이에게 돈이 향하도록 하는 것이 금융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은 내가 필요로 하는 금액을 받고자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새로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투자와 비교해 새로운 금융상품에 대한 저항감이 낮다. 당장 돈이 필요한데 시중은행보다 1%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솔깃하지 않겠는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토스가 생각하는 새로운 은행의 모델은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소규모 특화은행인 챌린저뱅크이다. 


    챌린저뱅크는 금융 소외계층인 중신용 개인 고객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특화은행을 지칭한다. 특히 임대비와 인건비를 절감해 보다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매력적인 옵션을 제공한다. 소화가능한 양의 채무를 적절히 관리하고 변제하는 사람이 채무가 아예 없는 사람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것처럼 신용등급이 무조건적으로 상환능력과 동치되지 않기 때문에 신용등급 상으로는 상환 능력이 없다고 평가되지만, 실제로는 충분히 상환능력이 있는 고객이 있을 것이다. 


    토스뱅크가 이 갭을 갖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시중은행보다 저금리 대출을 제공한다면 성공하지 않겠는가? 가령 미국에서 한창 성장중인 핀테크 업체 소파이(SoFi)는 학연 등 인맥을 활용한 P2P 기반의 대출을 통해 시중은행 보다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미국 내 명문대에 재학중이거나 졸업한, 혹은 그들을 자녀로 둔 일반 가정의 상환능력을 인정해, 시중은행과는 다른 기준에서 이들을 평가하였기에 가능한 성과이다. 나아가 챗봇을 통한 24시간 고객응대와 모바일을 통한 간편 서류제출 등 불필요한 행정처리를 간소화한다면, 복잡한 절차와 높은 금리 때문에 막혀있던 대출이 뚫리면서 ‘하던 걸 더욱 쉽게’ 만드는데 특화되어 있는 토스의 본질에 부합한 성과를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토스가 새롭게 시도하려는 여러 콘텐츠 가운데 대출에 대해서만 토스의 우위를 예측한 건 대출이 카드나 투자와는 다른 금융행위이기 때문이다. 카드사용과 투자참여의 경우 선택의 주체는 소비자에게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어디에, 어떻게, 무엇을 통해 쓸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그러나 대출의 경우 선택의 주체는 대출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업체에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 못지않게 금융자본을 둘러싼 권력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대출 앞에서 고객은 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보안이라는 명목 하에 당연시된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송금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러므로 대출은 ‘하던 걸 더욱 쉽게’ 만드는 토스의 혁신이 부합하는 최적의 영역이다.   


송금

    토스는 간편송금을 통해 성장했지만, 이미 카카오페이에 밀려 업계의 2인자가 되고 말았다.(카카오페이 글 참고) 그렇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송금시장이 핀테크 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위상도 지나치게 크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송금 시장의 이용자수가 결제 시장에 비해 많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2017년 기준 64%로 세계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한국은 오히려 플라스틱 카드 한 장에 의존하는 결제 문화로 인해 핀테크 업체들이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보급되기 어렵다는 아이러니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핀테크 업체들의 주요 성장 동력은 간편 결제가 아닌 간편 송금에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와 간편송금 서비스의 이용건수와 금액을 비교한 한국은행의 ‘2019년 상반기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일평균 간편송금액은 2019년에 2,005억원을 기록하며 2017년 대비 8.6배 폭증했으며, 이용 건수 또한 218만건을 기록하며 4.63배 증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평균 간편결제서비스는 2019년 이용금액 기준 1,628억으로 2017년 대비 3.2배 늘었고, 이용건수 또한 534만건으로 집계되며 2017년 대비 3.3배 느는데 그쳤다. 혹자는 이 수치를 보고 간편송금 건수보다 간편결제 건수가 많다며 당혹스러워할 수 있다. 그러나 간편결제 서비스의 이용건수와 금액 중에서도 대부분을 유통/제조업계의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이용건수와 금액은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유통/제조업계의 간편결제 서비스와 달리 정보/통신업계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한정되어 있다.
정보/통신업계의 간편결제 이용건수/금액 모두 유통/제조업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적다.


    한국에서 핀테크 업체가 금융 플랫폼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결국 송금 고객을 잡아야만 한다. 금융 플랫폼을 꿈꾸는 토스도 카카오페이도 서비스를 찾는 대부분의 트래픽이 송금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금을 하기 위해 플랫폼을 고정적으로 찾는 이들이 늘어날 수록 플랫폼이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커질 것이다. 미끼 상품을 바탕으로 고객을 유인해 돈을 쓰게 만드는 건 유통업계의 흔한 전략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토스는 자사의 핵심 서비스인 송금시장에서 업계 1위를 탈환해야만 한다. 송금 이용자수가 곧 핀테크 이용자수와 동의어에 가까운 이상 송금을 잡지 못하면 금융 플랫폼으로서 1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송금에서 1위를 탈환하기 위해 토스가 계좌에서의 간편 송금을 확대해, 카드를 통한 송금을 시도한다면 어떨까? 신용카드의 혜택 중에는 가맹점 뿐 아니라 전체 사용금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주거나 환급해주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신용카드 사용자들이라면 더치페이해야 하는 상황에서 카드를 긁는게 이득이 될 수 있다. 만약 신용카드를 통한 송금이 가능해진다면, 그리고 이 송금건을 실적에 포함한다면 계좌를 통한 송금이 갖는 간편함을 넘어 그 이상의 메리트로 다가올 것이다. 송금에 혁신을 가져온 업체가 토스이기 때문에 송금시장에서 토스가  시도하는 새로운 혁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이에 토스뱅크에서 발급하는 카드 한정으로 토스를 통한 간편송금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개별 송금 건에 대해 0.5%씩이라도 토스머니로 환급해준다면 간편송금을 통해 성장한 토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지킬 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의 압도적인 간편함에 뺏긴 송금시장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를 통해 토스뱅크가 발급할 카드의 사용자가 늘어날 뿐 아니라 송금시장을 탈환함으로써 금융 플랫폼으로서 토스가 유통/제조하는 금융상품에 정착하는 고객 비율이 늘어나는 부수적인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토스, 혁신을 부탁해!


    다만 토스에게 개인적으로 당부하고 싶은 건, 금융생활에서는 여전히 송금만큼이나, 혹은 송금보다 더 당연시된 불편함이 있고, 이를 문제시하고 해소해줄 수 있는 최적화된 서비스는 토스라는 점이다.

가장 큰 불편은 공인인증서다. 본인의 신분을 입증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도구가 역으로 거래 자체를 저해하는 방해 요소로 다가온다. 맥북을 쓰면 은행 사이트에 로그인하기 어렵고, 아이폰에서는 모바일 공인인증서가 지원되지 않는다. 만약 맥북과 아이폰을 쓰는 이용자라면 무조건 공용 윈도우 컴퓨터를 활용해서 공인인증서 인증을 진행해야 한다. 공용 컴퓨터에서의 인증만큼 위험한 일이 또 있는가?


(맥쓰사에서 단체로 항의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큰 공인인증서의 문제점은 재외국민들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핸드폰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지만, 국내 핸드폰 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은 아이핀이나 공인인증서를 통해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핀이나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개인 핸드폰 번호가 필요하기에 일종의 무한 루프에 빠지고 만다. 재외국민이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특정 서류를 기재하고 영사관에 방문해서 임시 발급번호를 받아야 한다. 만약 모든 모바일 기기에 거의 공통으로 적용되고 있는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해 본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어떨까? 모바일 기기가 인식한 생체정보를 여권 발급시에 등록하는 생체정보와 대조하여 본인인증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재외국민의 불편도, 아이폰 및 맥북 사용자의 불편도 줄어들 것이다.




한 줄 요약: 토스, 만보기 알림은 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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