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

26.1.11

by gaosanma

교회 캠프를 다녀왔다.


아이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유아세례를 받고 교회에서 자랐지만, 코로나 이후 온라인 예배로 전환되어 모두가 공동체에서 멀어진 사이 교회와 더 멀어졌다. 몇 년이 지나 오프라인 예배가 돌아오고 나서도 한동안 복귀하지 못했다.


엄마는 온라인 예배로도 겨우겨우 신앙을 지켰지만, 아이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종종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들은 회의적인 문장을 내뱉곤 했을 때 염려되었지만,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나열하기 복잡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고등학교 진학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새로운 교회를 찾고 정착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주일에도 오전 오후 저녁까지 파고든 내신 학원 스케줄을 맞추기 바빴다. '이것이 대한민국 고등학생에게는 당연한 거겠지?' 하고, 나조차도 혼이 반쯤 나간 상태로 1년을 보냈다. 그저 '대학 진학 이후에 열심히 예배드리게 해주세요'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미숙하기 짝이 없는 기도를 했다.


그렇게 고1을 마친 후에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을 차리고, 예배를 우선순위에 두기로 약속을 했다. 아니, 사실은 사춘기와 코로나를 동시에 겪으며 교회를 부정하기 시작한 아이를 거의 협박하다시피 해서 주일 예배를 지키기로 했다. 8시 예배를 위해 매주 아침 우리는 거의 유혈 사태에 가까운 전쟁을 치른다.


아이가 인격적으로 그리스도를 영접하길 바랐다. 그 안에서 인생의 사명을 발견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 이번 겨울 수련회가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았다. 수련회 신청을 하고, 안 가겠다고 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며칠을 보냈으나, 다행히 무사히 다녀왔다. 교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예배 후 새벽 3시까지 치킨에 수다를 떨다 아침밥도 못 먹었다는 얘기에 난 오히려 안도했다.


흘리듯 내뱉는 몇몇 에피소드를 듣고 보니, 교회 캠프를 잘 다녀온 것 같아서 감사기도를 드렸다. 개학을 하면 멘탈을 뒤흔드는 이벤트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을 터. 그 모든 상황 가운데 흔들리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거든. 아이가 그분을 굳세게 붙들면 좋겠다.



Gemini_Generated_Image_j9ypnhj9ypnhj9yp.png 이미지 출처 : Gemini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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