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시상식의 전초전 중 하나라고 하기엔 그 영향력과 권위가 어마무지한 sag award(미국 배우 조합상) 2023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EEAAO)의 배우들이 수상을 휩쓸고 있습니다. 여우주연상 양자경, 여우조연상 제이미 리 커티스, 남우조연상 키 호이 콴(아시아계 최초수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앙상블 부문까지 남우주연상을 제외한 큰 상은 모두 독차지했다고 보아도 무관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3월 12일 오스카의 결과에도 이는 꽤나 영향을 끼칠 거라 예측됩니다.
앞서 말 한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은 한 명 한 명 인상적이고 감명적이었습니다.
자신이 배우라는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외친 제이미 리 커티스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신을 투영하듯 다른 사람에게도 분명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순간이 올 테니 기다리라고 외친 키 호이 콴 그리고 감격에 벅차서 대놓고 비속어를 뱉어버린 양자경 까지.... 모든 순간이 사랑스럽고 인상적이었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장면에서도 가장 큰 인상을 안겨 준 건 앙상블 부문 수상으로 한꺼번에 무대로 올라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감 릴레이를 하다 마지막 바통을 이어받은 94세 원로 배우 제임스 홍의 위트 넘치는 명연설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영상으로 공유합니다. 그리고 내용을 대충 의역하면 이러합니다.
' 70년 전 클라크게이블이 주인공인 영화를 함께 촬영하던 시절 그땐 백인 배우들이 이상한 테이프를 눈에 붙이고 아시안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영화 제작자들은 아시안은 연기도 못하고 티켓 파워도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EAAO동료들을 가리키며) 지금 우리를 보라고(look at us now)'
저 외에도 제임스 홍의 멘트들은 너무 흥미롭고 펀치라인도 살아있어서 꼭 영상을 찾아보길 바란다.
헤어질 결심이 오스카를 비롯 해외 시상식에서 배제되어 많이 아쉬워들 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올 초 시상식들에서 EEAAO라는 좋은 영화 한 편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작은 변화들(특히 아시아계 배우들의 약진)을 지켜보며 작은 희망과 앞으로의 무궁한 가능성들을 예상해 보게 된다.
제이미 리 커티스처럼 내 직업을 사랑하고 양자경의 말처럼 롤러코스터의 오르막과 내리막 사이에서 우리는 견뎌내야 한다는 점을 그리고 키호이콴의 말처럼 분명 때가 온다는 걸 믿으면 결국 제임스 홍의 말처럼 미소 지으며 지금 우리를 보라고 떵떵 거리는 날이 올 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