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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Apr 08. 2019

문장의 장면화, 당신에게 펼쳐질

작가에서 제작자, 그 긴 시행착오에 대한 자세


d-2. 2년 전에 나온 장면집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개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문장의 장면화였다. 출판사 [문장과장면들] @sentenceandscenes 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 (공식적) 첫 시작이, 말 그대로 문장과 장면(필름 사진)이 함께 있는 장면집이 된 것이다.


그를 위해서 결심한 건 전면으로 사진들을 배치하고 그 위에 내레이션이 마치 들리는 것처럼 나지막한 문장들을 얹는 일이었다. 하나의 장면을 옮겨놓은 듯한 초단편 소설로 이뤄진 장르집을 드나드는 독자들의 보다 깊은 몰입과 감상을 위해 그 어떤 작업보다도 시행착오를 지났다.


편집할 때면 작가로서의 내가 담고자 애쓴 이야기들을 어떻게 보다 효과적으로 가시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니까 책을 만든다는 건, 문장을 짓는 것에서 끝이 나지 않는다. 거기서부터 다시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 때문에 내가 늘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부디, 긴 고민을 통해 마침내 완성된 하나의 세계를 가벼이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에 내 책을 참고하여 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발견했을 당시에는 이게 내 책인가? 싶을 정도로 내지의 편집 레이아웃이 동일했다. 불편한 마음과 속상한 감정이 함께 찾아왔다. 작가로서도 제작자로서도 분명 지나갈 순 없는 부분이었다. 당사자와 이야기를 하며 들었던 것은 자신이 접했던 첫 독립출판이 바로 내 책이었고, 미숙한 판단으로 책을 참고했다는 것. 그러나, 참고와 디자인을 동일하게 제작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명시해주었다.

우선 잘 이야기를 끝냈지만, 씁쓸해지는 마음은 여전히 어쩔 수 없는 일. 부디, 자신의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무거운 마음으로 타인의 창작물을 바라보는 제작자가 되기를 바랄 뿐.



문장과장면들, 장면집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펀딩 이틀 남았습니다.




https://www.tumblbug.com/sentenceandscene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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