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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May 26. 2019

인터뷰, 혼자 하는 일에서 함께 지켜보는 일이 될 때

독립출판 작가, 제작자에서 독립출판사 대표까지


지난주에 진행했던 파이낸셜 피플 인터뷰가 어제 올라왔다. 동시에 네이버 뉴스로 픽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 독자분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목요일에 입국을 하자마자 수업 준비를 하며 여독을 풀 새도 없었다. 어제 25일 토요일 오후, 이날은 <문장과장면들>에서 *두 권의 신간이 출간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진행 중이던 수업의 종강 날이기도 했다. 예정된 수업을 진행하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였다. 들뜬 주말의 얼굴 사이에서 졸음을 삼키며 간신히 빈자리를 찾아 앉은 순간, 알림이 울렸다. "네이버에서 봤어요." 라며 보내주신, 뉴스란에 작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란색 니트의 다소 경직된 얼굴. 나였다.


단 일주일도 쉬엄쉬엄 보내지 못했던 올해, 나에게 선물을 해주고자 결심했던 일본행 출국 며칠 전에 급하게 제안을 받아서 진행했던 인터뷰. 인터뷰라면 감사하게도 이전에도 해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랑비메이커라는 작가, 제작자로서만이 아닌 <문장과장면들>의 대표로서 이야기하는 첫 인터뷰였다.


"확신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의심하는 일은 하나의 세계가 부서지는 일. 수없이 부서졌던 세계의 조각들을 모아서 용기를 냈습니다. 저는 이제 하나의 이름을 더 얻었어요."


올해 3월, 오래도록 가슴에 품었던 그 이름으로 출판사를 시작했던 시기의 불안과 벅찬 순간을 다시 한번 꺼내어 보아야 하는 시기에, 너무도 감사하고 절묘한 자리였다. 처음 책을 썼을 당시의 나는 23살. 국어국문학과 재학생에 불과했던 내게 나의 첫 책은 너무도 귀하고 동시에 쑥스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한 복잡스러운 그 자체였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로부터 시선과 응원을 받았지만, 이후 계속해서 이 길을 간다는 것은 홀로 묵묵히 자신의 시선과 걸음을 믿으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는 걸 사무치게 배웠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아주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적어가는 밤과 무너지는 새벽을 지나며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책을 냈다. 그 사이, 좀처럼 넘어지지 않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으니, 그 흔들림 가운데 더 많은 것을 유연히 바라보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벌써 가랑비메이커라는 이름으로 써낸 책은 4권이 되었고, 그 이름으로 함께한 수업과 토크, 그 자리를 채워준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혼자 하는 일에서 함께하는 일이 되어간 것이다.


4년. 2015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4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저 그만한 시간이다. 내가 내 이름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해질 수 있고 조금 더 책임질 것들이 늘어간 시간이었다. 5년 뒤에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 라는 질문에 나는 "안정기에 접어든 출판사 대표가 돼서 다른 신인 작가들의 책을 발간하고 싶다. 가랑비메이커라는 신념처럼 좋은 영향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라는 하룻밤 강아지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사실 앞으로의 5년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이제 더는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함께 하는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 함께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고 때로는 소중한 충고도 조언도 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러므로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의 시간에서 조금 더 밀도 높은 성장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를 해보기로 했다. 그 은근한 기대 아래에는 정신없이 발을 바삐 움직이는 백조의 몸부림 같은 노력이 이어져야만 하겠지만.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4&aid=0004234164 

https://docs.google.com/forms/d/14YBIpqudeqgvu8psJsOysmXBQDXUJb9BRtAzWIfzJNs/edit

(기사가 난 날에 <문장과장면들>의 신간 두 종이 출간되었습니다. 책방보다 먼저 만나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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