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Dec 14. 2015

로버트 마더웰 - Open Number 17

Robert Motherwell - Open Number 17 



 자기의 흔적을 색으로 지워버리고, 검은 직사작의 선 안에 자기를 가둬버린 이가 마을에 산다. 근처 도시에서 이사 온 그는 작은 트럭에 가재도구를 싣고 와서는 그날부로 자기를 저 색으로 지워버렸다. 누군가 저 문을 두드린 흔적도 없으며, 새나 바람, 고양이나 민들레 홀씨 하나도 저 색을  방문하지 않았다. 그는 색으로 자기를 지워버린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자기를 바깥에 내보이기 위한 색의 감옥이 아닐까. 내면의 바람을 바깥으로 내보낸 후의 고요한 호흡 같은 것은 아닐까. 누구에게든 자기 색의 방문을 허용하는 검은 직사각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그네스 마틴 :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