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시 판 - 봄

Xi Pan - Spring

by 일뤼미나시옹

친구 아들의 이야기다.

아들은 수시로 헌혈을 해서 헌혈증서가 수시로 집으로 날아온다. 그럴 때마다 아들이 자꾸 피 뽑는 것이 안쓰러워 "왜 자꾸 피를 뽑아?" 하고 나무라도 보지만, 정작 아들은 그럴 때마다 태연자약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선행에 대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으며, 헌혈하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일이 비단 자기뿐만이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세상이 험하고 부조리하며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세상을 움직이는 이들이 정치인이고 경제인이며 사회 기득권자들인 듯하지만 정작 부조리한 세계를 '시지프스'처럼 끌고 가고,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신성의 영역으로 바꾸는 것은 바로 친구 아들과 같은 숨은 성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이소처럼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어 모두가 그곳에 미끄러져 들어가 '소돔'과 '고모라'가 되었을 때, 반대편으로 걸어가 세상의 무게 균형을 잡아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마음이란 소돔과 고모라의 아우성치는 이들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자기의 몸에서-타인의 몸'으로, 우리 생을 이루는 얼굴 없는 자들의 마음은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친구의 아들에게 '봄'같은 마음과 얼굴을 한 애인이 생기길 진심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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