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ei Sundukov - Queue
어느 시대든 군중을 현혹하고 눈멀게 하는 '거대서사'가 있다. 이 긴 줄 서기는 바로 체제에 훈육된 군상들의 줄서기이다. 우리를 지배하는 '거대서사'는 바로 '소비'이다. 소비하는 인간은 선하지만 소비하지 못하는 인간은 악이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선하게 살며 높은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쌓았더라도 돈 없이 호텔 앞이나 백화점을 서성거린다면, 그는 분명 이 세계에서 필요 없는 악인일 뿐이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우리 귀에 대고 속삭인다.
"사라, 이것은 좋다. 이것은 진짜다. 이것은 값이 싸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준다. 이 물건이 너의 인생을 바꿀 것이다. 돈이 없으면 카드를 긁어라. 무이자 할부의 기회를 놓치지 마라. 선착순이다."
대형마트 시식코너에 십리 이십 리 차 타고 가서 이쑤시개로 고기 한 점, 빵 한 조각 찍어 먹는 당신은 선한 사람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