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승달의 날
-김정용
새가 검은 가지를 물고 큰 나무 윗가지 사이로 들어갔다 얼기설기 한 거처가 있었다
다시, 초승달의 날에 내가 태어났다. 젖비린내 나는 구름이 내 옆에 다가와 나를 안아주고 갔다
내가 품이 없으니 네 속을 파먹어 줄게.
초승달의 날에 품어야 하는 시간이 있다. 허여멀건 안구를 가진 만취의 녀석을 만나러 간다. 눈동자를 지워버린 알코올에 쭉 뻗은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일도 나가지 않고 쓰러진 술병과 함께 텅 빈 몸피로 냉기 서린 방바닥을 초승달로 긁고 있다.
우리 소설 같은 가족의 비애는 발설하지 말자 초승달에게 높낮이도 없는 하늘의 미열을 마시게 하지 말자.
물동이 넘치도록 물을 채워주면서 나는 달에게 품는다, 내 늑골로 안아주리?
다시, 초승달의 날을 살고 빵집에 들어갔다. 빵을 주세요, 노을빛으로 기름진 빵을 주세요. 달도 먹여야겠습니다. 달에게 와 시드는 꽃에게도 먹여야겠습니다. 뻗어버린 녀석에게 먹이고 늑골에 박힌 초승달을 뽑아내야겠습니다.
Overthe Rainbow를 들으러 가는 달의 물빛은 베트남에서 온 달 인가 캄보디아에서 온 달 인가, 습진이 나도록 설거지를 끝낸 후의 달인가, 고무장갑이 물방울 뚝뚝 흘리며 걸려 있네.
나는 왼쪽 뺨을 주었어요, 초승달에게 뺨에 주었어요. 그을리고 싶은 만큼 내 맡겼어요. 달과 나 사이에 밀도는 건기와 삭풍이겠지만 오래도록 맞대고 나면, 곁가지를 사랑한 하루라는 상형문자가 새겨질 것이고 다시, 초승달의 날 우린 흩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