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조의 향연

by 일뤼미나시옹

Still Life with Apples (1935)

Mikuláš Galanda (Slovak, 1895 – 1938)

미쿨라쉬 갈라다 : 사과가 있는 정물



단색조의 아름다운 꽃의 시절이 지나고 나면

단색조의 과실이 찾아온다.


구근에서건 잔가지에서 포도송이에서건

넝쿨의 줄기에서건

아름다운 향연은 모두 단색조이다.


그대의 향연도

단색조의 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단색조의 향연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마음에 어지러움을 생각해보라

우리의 마음의 평온이라는 것은 단지 한 색조의 이미지와 관념이다.


모든 색조의 단순함은

달고 쓰고 시고 비리고 덟거나 물맛이다

희망하고 소망하는 것에도 들여다보면 단색조의 단순한 욕망이다

그 욕망의 대표적인 것이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며

사랑을 주고 싶다는 것과 받고 싶다는 것은 말의 온도 차이가 아니다

사랑의 반대편에 서 있는 '버림받고 싶은' 욕망 또한 단색조이며

그것은 온전히 사랑의 충만에서 오는 반대급부이기도 하다.


거기 서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는 이여

거기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바라보는 이여

거기 서서 나뭇가지에 매달린 과실을 바라보는 이여


우리는 만나지 않았지만 한 마음의 단색조의 향연의 때를 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