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감정 : 헬레네 세르프벡

by 일뤼미나시옹

Lemons in a bowl

Helene Schjerfbeck (Finnish, 1862 – 1946)




우리에게 매 순간 눈 앞의 펼쳐지는 사물들의 세계로부터

4천억 비트의 정보가 우리에게 쏟아져 들어올 때

우리의 뇌는 그 많은 정보를 모두 다 수용하지 않는다.

즉 뇌는 대략 가능한 정보의 취합을 위해 보다 많은 것들을 지워버린다.


레몬의 맛이 지금 입 안에 시다는 느낌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릇 안에 레몬이 따뜻하고 차분한 공기를 공급해 줄 수도 있다.

그릇 안에 레몬이 어떤 기억의 시간을 되찾아 주기도 한다.

혹은 레몬의 색채로 어떤 사람의 목쇠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릇은 무엇인가 우리의 심리이며 숨 쉬는 이 공간이며

텅 빈 마음의 현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릇과 사물의 정지된 시간은

감정의 덩어리로 우리에게 던져진다.

읽어 쓰지 않아도 마음은 색채의 정보량으로

한 순간 시적인 상태와 소설이나 종교적 고찰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단순하라 단순하라 그러나 그 단순함에는 정제된 순도 높은 술의 향기와 취기가 있듯이

단순한 사물의 정수가 다가올 때 우리는 엄청난 사물의 감정을 읽어낸다.

오직 나 만의 사물의 감정.


당신에게 이 노란 사물의 형상은 과일이 아니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