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저리에서

by 일뤼미나시옹

언저리에서



봄 고양이가 봄 그늘을 아작아작 씹어 먹지 않는다면


씀바귀가 달에 닿았다 온 감각의 이슬이 아니라면


햇살이 도금공장 펜스에 내걸린 물 빠진 퍼런 일본에 스미지 않는다면


왜가리 휴식을 흔드는 잔가지 바람에게 휘파람 섞는 게 아니라면


응고의 늪을 헤쳐 나온 수련이 그 사람 이름 언저리가 아니라면


출렁거릴 음악도 없이 춤추는 천변 수양버들이 첫눈 설산에서 만난 기억이 아니라면


그려놓은 풍경에 칼바람을 새겨 넣고 물러서지 않는다면


먼 산 흰 나무 연기처럼 몽 할 때 꽃말을 찾는 사람을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우는 새의 봄이 봄 공기 몇 모금 꽃의 절명을 말하지 않는다면


황홀경 벚꽃 잎 설핏 설핏 지는 벚꽃 잎 후생의 숨결이 아니라면


새는 가고 돌을 깊고 기차는 은둔하는 창 하나에 빈 사내가 아니라면


아직 더 멀어져야 하는 너를 아직 더 밀어내야 하는 너를 부르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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