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아래

by 일뤼미나시옹

살구나무 아래



해 질 녘의 구름을 볼 수 있는 창에서

퍼붓는 소낙비에

꽃잎 지워지는 장미를 본다.


꽃 피는 거 보려고 심어놓은

장독 안에 연

진초록 이파리 무성하나


꽃이 오질 않는다


이번 생은 정말

없다 치는 게 맞을까


연잎에 머물다 굴러 내리는

물방울

없다 치는 게 맞는 건가


구름 장난으로

꽃 피울 날이 지워진 건가


살구나무 아래

비 맞는 의자에

흰 연꽃 앉아 있는

환상


어떤 이별 같은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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