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먼 들판에 있는 양치기 소녀를 찾아왔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옷. 가지런히 정리된 머리숱. 모자도 마련했다. 한 달음에 달려오느라, 비에 젖은 길에 신발은 진흙이 잔뜩 묻어 있다. 양치기 소녀가 앉아 있는 풀밭은 조금씩 퇴색의 기미를 보인다. 하늘은 흐리고 양치기 소녀의 옷은 남루하기 그지없다. 그녀는 들판의 추위를 대비해 두꺼운 망토를 두르고 있다. 어떤 일이 이들에게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소년은 어쩌지 못해 모자를 어루만지면서 시선을 자신의 발 밑으로 향해 있고, 양치기 소녀는 얼굴을 살짝 돌리고 있다. 시련의 계절은 아니지만, 들판의 풀들도 가을로부터 고개를 돌려 겨울을 향하고 있다. 소년은 분명 말도 몇 마디 못 나누고, 부드러운 거절이 서려 있는 소녀의 표정에 좌절했음이 분명하다. 소년의 손은 어른의 손처럼 거칠고 뼈마디가 드러나 있다. 아마도 이날은 모든 일을 전폐하고 그리움에 한 걸음으로 들판으로 달려왔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먼 풍경처럼 아련하고 잡히지 않는다. 사랑도 그러하다. 먼 풍경이면서 다가가면 아프기만한 풍경이다.
Charles Sprague Pearce - Auvers-sur-O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