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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준 책이 돌아오지 않는다. 책의 한 구절이 갑자기 읽고 싶은데, 붉은 줄이나 까맣게 줄 쳐져 있는 그 구절이 갑자기 읽고 싶은데. 낮은 음성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고 싶은데. 혀끝에 감겨 드는 문장. 뱃속까지 흘러가는 문장. 느리게 흘러가는 물을 불러 세워 뭐라고 한마디 말 걸듯, 읽어보고 싶은 데. 떨어지는 햇살이 너무 아까워 배를 벌렁 까뒤집는 암캐의 부드러운 뱃살 같은 책의 속살. 그 속을 어루만져 보고 싶은데. 빌려준 책이 돌아오지 않는다. 책을 뒤지고 그 속에서 찾아낸 구절을 읽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 막막하고 견딜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러나 책을 빌려간 이는 연락이 없다. 나 또한 악착같이 돌려받을 뻔뻔함도 없으니. 그러나 여전히 책 속의 문장이 주는 음악적 여운이 입안에 맴돌아, 그것은 마치 초등학교 꽃밭에서 빨아먹은 붉은색 꽃물. 그리고 찾아온 옅은 어질머리 같은 것인데, 어쩌지. 꽃물 빨아먹듯 찾아 읽고 싶은 그 구절. 영영 잊어버릴 것 같은 구절.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