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깨트릴 수 없는 깨어남

by 일뤼미나시옹
KakaoTalk_Photo_2018-10-10-04-22-29.jpeg


밤을 두 배 세 배의 깊이로 천착하여 들어가는 사람이, 삶이 있습니다.

어떤 삶은 밤을 기도와 구원의 시간으로 살아냅니다.

어떤 이는 자학과 회한의 덩어리로 끌어안고 아파하고요

어떤 이는 밤새 박스를 나르고 짐을 나르고 운전을 하고 눈이 퀭하도록 살아냅니다.

어떤 이는 잠에 깨어나서 오롯이 밤을 지새우면서 지난날들의 기억을 붙들고 그 기억들을 바라봅니다

밤의 질감을 두 배 세 배 끌어안고, 밤은 가만히 있는데, 그 밤을 지켜내는 이들의 심중의 무게에 따라

밤은 환희이고 기쁨이지만 견딜 수 없는 수치이고 모욕감이고 부들부들 경기를 일으키는 콤플렉스이기도 합니다.

저기 저 밤은 우리가 저 그림 앞에서 있기에 저 그림은 어둠이고 종교이고 심경이고 사원입니다.

내가 저 밤의 깊이 앞에 앉아 마주 했기에 마주한 그곳에서 내 심중으로 이해되지 않는 언어로 이미지가 들어온 것입니다.

삶에서 육박해 오는 것이 있습니다.

사랑이 올 때

분노와 수치감이 육박해 올 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느닷이 찾아온 깨우침입니다.

'깨어남'은 '나'가 '나'를 수치심으로부터 구원하는 것이고.

'나'가 '나'를 '비루한 삶'에서 나를 구원하는 것입니다.

누가 지금 내게 따뜻한 담요를 줬으면 했는데,

그 담요가 담요가 아니라, 그의 마지막 한 겹의 옷일 수 있지만

그 옷이 다만 나의 체취를 묻혀 가려는 비상식선의 구원일 수도 있습니다.

이 초감각적인 어처구니없음을, 알아챌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합니다.

"그래, 너도 그럴 수 있다. 그러니 이 깨달음 가지고 다른데 또 일반화하지는 말아야 해."

라고 말해야 합니다.

우린 한번 깨달음이 오면 그걸 가지고 모든 일과 사태와 사람에게 일반화해서 적용합니다.

이것은, 내 앎이 , 깨우침이 , 다시금 타인을 향한 칼부림이 될 수 있습니다.

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keyword
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3,356
매거진의 이전글내 나이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