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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1. 2019

담쟁이넝쿨

앙리 마티스



허름합니다.  담쟁이넝쿨  가지와 화병이 허름합니다. 벽돌  붉은 바탕과 싯누런  배경도 허름합니다. 그리고 짙은 그림자도  흐릿하긴  찬가지입니다.  셔츠 하나에   오백  하는  보세  가게에서도 가장 낡은 셔츠를 걸쳐 입은   허름합니다. 때때로 창고형 보세  옷가게에 가서 누군가 입었던  사서 빨아 입을 . 옷도 사람을 닮아간다는 생각 하면서,  정물은 오늘  내게  벌의 낡은 옷처럼 다가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햇빛은  어디서 허름한  정물을 찾아와서   그렇게 허름한 그림자를 낳게 했는데요. 어느 청년기 시절 홀연히 집을 떠나  주일 떠돌았을 , 어느 낯선 도시의  대합실에서  나는 나를  버려진 화분처럼 방치   있었는데, 허름한 사람들 틈에 끼어  꼬박 밤을 새우며 나와 세계와의 불화를  삭혔던 기억이  그림자 같네요. 오늘  누군가  골목이나 아파트 관리실 근처에 살아 있으나 재미없다는 이유로 화분을 버리는 이가 있고, 그걸  주워서 자기 자기   베란다나 창가에 정물로 소박하니   주고 키우는 이도 있겠죠. 오늘  마음의 정원에   마티스의  정물을 데려다 놓고     따라주고 나서, 나도  정물처럼 벽에 기대   허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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