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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2. 2019

데이비드 박 : 외로움




혼자서,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TV 보면서  주인공을 위로하고, 혼자서 프로야구  보면서, 억눌린 울분을 무안타의 타자에게 퍼붓고, 혼자서  혼자인 달을 만나고, 혼자서 커튼을 치고 나면 불면이 시작되고, 심야에 혼자서, 내일이 왜 오는지? 왜 와야 하는지?, 언제 연애편지를 썼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그렇게  혼자서, 탁자 앞에 앉아서 카드 패를 던지고, 가리킨 손가락으로  내일의 운세를 점치는  이가 여기 있습니다. 밤의 달도 이 청년백수의 밤을 같이 지새  주기 지쳐 얼굴을 숨겨 버렸습니다. 멀리서 앰뷸런스 사이렌이 울고 개  짖는 소리 희미하게 벽을 타고 들리지만, 청년의 외로움은  펼쳐놓은 포커 패가 모두 거둬 갔습니다. 이 외로운 백수 청년을 어떻게 자리에서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요. 그는 간이 작아서 술도 만취하도록 마시지 못하리 만치 소심해져 버렸습니다. 천성적으로 땀 흘리는 것에도  취미가 붙지 않아 운동도 하지 않고 더더구나 친구도 한 명 없습니다. 누군가 청년의 방 유리창에 돌을 던져  그를  밖으로 뛰쳐나오게 좀 해야겠습니다. 외출을 삼가는 그는 이 세계에 상처 받았고   이 세계를 위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는 청년백수입니다. 그의 손이 할 수 있는 일은, 일주일에 한번 수음을 하거나, 카드 패를 던지고 계산을 하는  것, 혹은 간간 술잔을 비우는 것 외에, 이 세계를 위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는 불구자입니다. 이 불구자를 누가 생산했습니까.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에서  ㅡ모든 것은 생산이다.ㅡ라고 했는데요. 이 생산이라는 사흘 머리도 감지 않은 청년백수에게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그의 첫 출근은 도대체 언제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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