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TV 보면서 주인공을 위로하고, 혼자서 프로야구 보면서, 억눌린 울분을 무안타의 타자에게 퍼붓고, 혼자서 혼자인 달을 만나고, 혼자서 커튼을 치고 나면 불면이 시작되고, 심야에 혼자서, 내일이 왜 오는지? 왜 와야 하는지?, 언제 연애편지를 썼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그렇게 혼자서, 탁자 앞에 앉아서 카드 패를 던지고, 가리킨 손가락으로 내일의 운세를 점치는 이가 여기 있습니다. 밤의 달도 이 청년백수의 밤을 같이 지새 주기 지쳐 얼굴을 숨겨 버렸습니다. 멀리서 앰뷸런스 사이렌이 울고 개 짖는 소리 희미하게 벽을 타고 들리지만, 청년의 외로움은 펼쳐놓은 포커 패가 모두 거둬 갔습니다. 이 외로운 백수 청년을 어떻게 자리에서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요. 그는 간이 작아서 술도 만취하도록 마시지 못하리 만치 소심해져 버렸습니다. 천성적으로 땀 흘리는 것에도 취미가 붙지 않아 운동도 하지 않고 더더구나 친구도 한 명 없습니다. 누군가 청년의 방 유리창에 돌을 던져 그를 밖으로 뛰쳐나오게 좀 해야겠습니다. 외출을 삼가는 그는 이 세계에 상처 받았고 이 세계를 위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는 청년백수입니다. 그의 손이 할 수 있는 일은, 일주일에 한번 수음을 하거나, 카드 패를 던지고 계산을 하는 것, 혹은 간간 술잔을 비우는 것 외에, 이 세계를 위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는 불구자입니다. 이 불구자를 누가 생산했습니까.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에서 ㅡ모든 것은 생산이다.ㅡ라고 했는데요. 이 생산이라는 사흘 머리도 감지 않은 청년백수에게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그의 첫 출근은 도대체 언제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