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잘 지내는 법

[일나쓰] 2_우리집 문제(오쿠다 히데오)

by 정원에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열심히 잘 다니는 중1, 초5 두 아이의 아빠. 평범한 40대 남편 다쓰오가 아내 미나코에게 UFO를 이야기한다. 요즘, UFO를 만나고 있고, 대화까지 나누고 있다고. 회사 영업부 부장인 다쓰오는 거의 매일이 야근인데, 비 오는 날을 빼곤, 차로 데리러 나온다는 아내를 만류하고 집 근처 둑방길을 걸어서 퇴근한다. 그러다, 그 길에서 UFO를 만나 교신을 한다고 한다. 미나코는 걱정한다. 신흥 종교에 빠진 거라고. 그러나 다쓰오는 자신에게 아무런 문제없다고 가족을 달랜다. 특히, 회사는 잘 돌아가고, 자신의 프로젝트로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그러면서 오히려 두 남매들과 UFO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기도 한다.


미나코는 다쓰오 회사에 전화를 걸어 본다. 안면이 있는 여직원을 통해 다쓰오가 새로운 새로 온 창립자 조카인 부장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능한 관리자 때문에 영업부 간부들이 반기를 들고, 그들끼리 파벌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다쓰오는 어느 편에도 들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그러다 보니 파벌들의 프로젝트가 모두 다쓰오에게 몰려 있는 상황이라고. 미나코는 남편을 구하기로 한다. 회사로부터. 그러면서 다쓰오가 퇴근하는 둑에서 변장을 하고 기다리다 카피별 사람이라고 외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쉬라고’ 메시지를 전한다. 다쓰오는 이내 아내인걸 알아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회사에 대해. 그리고 당분간 쉬기로, 내일부터 당장 쉬기로 결심한다. 그러자 미나코의 마음이 맑게 갠다.






미시간 공대에서 20년 넘게 교수를 가르친 교수. 심리학자인 아내 최성애 박사와 함께 많은 이들에게 공기 같은 책을 많이 안겨 준 분. 그 분과 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책을 읽다 궁금하면 가끔 그렇게 저자한테 메일을 보낸다.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기술적으로 잘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적으로 가르치는 게 적합한 사람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뭐, 이런 정도의 질문. 내가 매일을 보낸 건 그 당시 잠깐 귀국을 해 부산의 한 보육센터에서 봉사활동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난 뒤였다. 같은 한국땅에 있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어차피 메일인데 말이다.


그분의 한 저서에 나오는 문장, 아니 한 장면은 남매들을 키우면서 두고두고 되짚어졌다. 아무리 명문장이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기 일쑤이다. 그런데 그 문장이 내 이야기이면, 내 상황과 너무나도 오버랩되면 잊힐 수 없어진다. 마치 어떤 노래 몇 소절만 들어도 그때의 기억이 휘리릭 되살아나듯이. 부부가 결혼하고 미국에서 첫째를 베이비 시터에게 맡겨 키우면서 공부를 했다. 낮에는 물론 밤에도 공부에 매달리다 보니 아가에 대해 해주는 게 너무 없어 미안해했단다. 무엇보다 아가에게 엄마, 아빠의 삶을 공유해 주고 싶었다고. 그 이후 부부가 약속을 실천하는 장면은 지금껏 나의 장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손을 먼저 씻는다. 그리고 요람 위에 누워 있는(언제나 대부분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아가옆에 무릎을 꿇는다(남매들을 보로 달려 나온다). 요람을 살살 흔들면서 손가락으로 아가의 손가락, 볼, 귓불, 목, 발가락 등을 터치한다(두 팔 벌려 그냥 안아준다. 꼭 안아준다). (씻고 뭘 좀 먹으러 식탁에 앉으면) 그러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 엄마가, 아빠가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오늘 낮에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오늘 발표는 정말 멋졌다고(오늘 하루는 어땠냐고? 친구 00 이는 잘 지내냐고)


오늘 나는 엉망이었다고(수업에서 이런저런 학생이 있었다고),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힘들었다고(남매가 아빠라면 어떻게 할 거냐고). 엄마, 아빠가 하루 종일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기쁘고 힘들고 외로웠는지를 오랜만에 만난 엄마한테 다 일러바치듯이(남매한테 조언을 구하고, 일러바치듯). 그렇게 웃고 때로는 울면서 아가와 따로 같이 사용한 하루의 이야기를 해주었단다(때로는 아빠보다 훨씬 더 바쁜 남매의 하루 이야기를 마냥 저냥 들을 수 있었다). 당연히 말을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가지만 눈빛으로 미소로 터치로 대화를 계속했단다(당연히 생각도 실천력도 고정된 나보다 훨씬 뼈 때리는 직설 화법으로 공감으로 터치로 조언을 얻고 있다).


우리는 나이, 경력, 성별에 관계없이 익숙한 외계인들과 지내야 한다. 이왕이면 잘. 아니 가끔은 잘 안 지내도 되니까, 하고 일부러 라도 거칠게 나를 표현해 내야 할 때도 있다. 그러고 난 뒤 헛헛한 마음을 맵단짠에, 맥주 한잔 정도에, 멈춰 있는 듯한 심장을 강제로 뒤흔들어 흠뻑 땀을 흘리는 그 열감으로 날려 버리려 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바로 이 상황에 주목한다. 해결해 나간 듯 하지만 쌓여 있는 이 상황을. UFO와 버금가는 상사 - 요즘에는 상사만큼 뒷세대들도 많다 - 를 만나 힘겨워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려 노력한 다쓰오. 우리 대부분의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아빠(엄마)다. 그런 남편(아내)이 보내는 신호등의 신호를 알아보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힘을 주어 남편(아내)을 지켜준 미나코.


그가(남편이, 아내가, 아이가 그리고 그 외계인이) 보내는 신호가 빨간불인지, 노란불인지, 초록색인지를 알아챌 수 있는 힘, 내가 나의 신호를 잘 깜빡일 수 있는 힘. 그건 관심 에네르기이다. 관심 에네르기는 오감을 모두 동원해야 보이는 행운의 파장이다. 그런 파장은 나 스스로가 만들어 내야 한다. 받고 싶은 만큼 줘야 한다. 그렇게 받아 본 사람만이 파장을 전달할 수 있는 게 이치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그렇게 길게 보면 산다는 게, 서로 관심 에네르기 품앗이 중일지도. 우리 팀장이 잘 되랏! 푸샤샤삭~ 우리 남편(아내) 더 멋져져랏! 슈슈슈슉~ 우리 00 이가 최고닷! 훅슛푱~~~


우리는 모두 밤과 아침을 이어주는 새벽에 있다. 새벽을 등져야 동트는 아침이 보인다. 내 안에서 '이왕이면 잘' 지내야지 하는 초긍정, 울트라 캡빵 에네르기는 그 등으로 쑤욱 빨려 들어와, 나의 인상으로, 표정으로, 말투로, 눈빛으로 빠져나간다. 세상 모든 외계인들과 힘이 되고, 평화로운 싸움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라도 새벽에, 새벽같이 살아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루를 좀 더 가질 수 있는 건 아주 멋진 덤이다. 그 덤 덕에 일을 할 수 있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나로 살아낼 수 있는 능력치를 더 많이 충전할 수 있을 거다.


자, 오늘도 빽에네르기 믿고 추~울~동, 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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