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食] 2
아, 오늘은 날씨가 날씨 했네요.
어서 와 같이 앉으세요.
(어, 먼저들 먹고 있어. 이거 좀 덜어 가고)
잘 먹겠습니다.
어, 그런데 이건 뭐지? 뭐야? 뭐?
난 깐 밤을 쪄서 수북이 모아 놓은 줄
아니, 골뱅이 무침을 맵지 않게 하신 건가?
(일단 한번 먹어나 봐)
(어때? 먹을 만 해? 입맛에 맞아?)
정여사의 SF(소울 푸드) 신공이 하나 더 추가되었나 봅니다. 그냥 무심히 툭하고 올려놓은 오늘의 SF는 난생처음 보는 비주얼입니다. 거뭇하고 노르스름한 데 뭔가 흐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새로운 음식을 늘 도전(?)하는 나는 하나를 냉큼 들어 입안에 쏘옥 넣어 봅니다.
1. 단지 앞 마트를 지나 건너편 아파트 입구. 길가에 늘 앉아 있는 아주머니에게로 걸어가 마주 보고 쪼그려 앉습니다. 소쿠리 수북이 담겨 있는 표고버섯. 소쿠리째 조심스레 들고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영락없이 한 두 녀석은 탈락입니다. 남편입에, 내 새끼 입에 들어갈 거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2. 다시 마트 상가 안쪽 떡방앗간으로 갑니다. 중국산 말고 국산, 우리 콩을 갈아 놓은 가루를 한 봉지, 아니 한 봉지 더 장바구니에 담아 올립니다. 발걸음보다 마음이 더 가볍게 집으로 향합니다. 그 옆에서 나란히 걷는 남편은 속으로 또 한 번 다짐합니다. 설거지는 내가 다 해야지, 하고.
3. 통통한 표고버섯을 뒤집어 기둥을 똑똑 떼어냅니다. 그리고는 왼쪽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게 표고버섯 등을 눕힌 후 손바닥을 살짝 오므립니다. 그 사이에 표고버섯이 잡히도록. 살짝 잡은 왼쪽 손바닥을 들어 오른쪽 손바닥에 탁탁 탁탁 서너 번, 손뼉 치듯이 그렇게 때립니다. 표고버섯기둥 주변 배주름 사이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여사만의 방법입니다.
4. 흐르는 물에 표고버섯 등과 배를 슬쩍슬쩍 씻어냅니다. 문지르면 깨지고, 물줄기가 세면 버섯이 물을 많이 먹어 식감이 포삭거리지 않습니다. 그런 뒤 다시 왼쪽 손바닥에 올려 아까처럼 살짝 감쌉니다. 그리고 오른쪽 손바닥으로 악수하듯이 살짝 눌러 쥐어짭니다.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아주 살짝살짝. 하나씩, 하나씩
5. 표고버섯 하나를 네 등분되게 잘라줍니다. 속 깊은 찜기 위에 한 칸을 깔아줍니다. 그리고 그 위에 콩가루를 수북이 흩뿌려 줍니다. 그리고 다시 표고버섯 위에 표고버섯 한 칸을 더 깔아줍니다. 다시 콩가루를 넉넉하게 뿌립니다. 그렇게 센 불에 10여분을 쪄줍니다. 찜기 뚜껑은 덮지 않은 채
말캉거리는 표고버섯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아주 진하게. 본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간을 하지 않은 이유랍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진해지는 향 사이사이를 고소한 콩가루가 가득하게 이어주고 채워줍니다. 입속에 밥이랑 국이랑 같이 있을 때 보다 표고버섯 하나만 넣어 오래 씹을수록 맛이 더 좋아집니다.
여사님도 남편처럼 평생 자격증 없는 우리 집 전담 셰프입니다. 자격증 하나 없이 전기도, 용접도, 가구도 그리고 자식을 사람으로 만들어 낸 남편 옆에서 50년 가까이 삼시 세끼를 만들어 내면서 또 다른 꿈을 수없이 접었을 겁니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SF는 만들어진 게 아니었을 겁니다.
급하게 먹는 걸 콩가루가 타박합니다. 컥컥거리는 나를 보며 슬그머니 아내가 물컵을 들어 건네줍니다. 표. 고. 버. 서. 콩. 가. 루. 찜이 나를 올려다보며 그럽니다.
어, 쉬엄쉬엄 해.
과식하지 말고, 과속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