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향기를 마음껏 누리리라
[다들 그렇게 살아요. 뻔한 이유로 행복하게] 07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바로 당신이고 나이다. 당신이 나이고 내가 당신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뻔한 이유로 뭉근한 행복을 바라는 당신의 가슴이 나의 등이고 나의 가슴이 당신 등이 되어 주면서.]
당신은 햇살에 튕긴 가을바람에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정리하다 문득 생각이 피어오른다. 모닝커피가 조르륵 흐르는 동안만이라도 라벤더차가 발그레하게 우러나는 시간만큼이라도 당신의 입술을 닫을지 혀를 움직일지를 조금 더 천천히 고민해야 한다, 고.
도망가고 아첨하느라 변명하고 모면하느라 끌어 다 쓰는 침묵이 아니라 기다리느라 듣느라 마음 쓰느라 눈을 맞추느라 침묵을 묶어두자고. 침묵의 가치보다 말의 이득이 더 클 때만 침묵을 깨자고.
당신은 그동안 너무 많은 말을 뱉었다. 안다고 내뱉고 모른다는 것을 숨기느라 더 내뱉었다. 선명한 긍정과 근거 있는 부정 사이의 애매함을 사람 좋은 미소로 포장해 먼저 내뱉기를 일삼았다.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일상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신념이라고 믿는 것들에 부합하는 확실성을 부여잡고 상황 마다에 두루뭉술하게 잘 대처하는 척하느라 걸음마다 후회하면서도 내뱉었다.
이제 한 번의 가을이 더 지나간다. 몇번의 가을이 당신앞을 가로 막을지 모르는 당신은 당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 한다. 다 큰 아이인지, 성장하는 어른인지를. 헛헛함을 벗어던지고, 흡족하게 작은 순간들을 만끽하기로 다짐한다. 당신의 안과 밖을 부유하는 이물감을 지우려 애쓰면서.
당신은, 다시 한번 당신을 다짐한다.
침묵보다 더 나은 말이 생각날 때에만 당신이 묶어 둔 혀를 움직이리라.
침묵을 불확실성의 일상화를 받아들이는 아주 훌륭한 벗으로 삼으리라.
아침마다 진한 침묵의 향을 즐기리라.
새벽마다 그 향을 읽고 기록하리라.
그 기록을 보고도 하고픈 말이 있을 때 소리내어 외치리라.
당신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것은 당신의 말이 아니라 당신에게 먼저 손 내미는 타인이라는 것을 기억하리라,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