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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우리 동네 갤러리]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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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Nov 24. 2024
왕벚나무
어제도 주목받는 꽃이려고 애쓰느라
엄마도 나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걸 잊고 살았나 보다.
오늘은 늘어진 내 몸 하나 챙기느라
엄마가 바람처럼 달리듯이 늙어지는 걸 잊고 사는가 보다.
내일에는 꼭 달디 단 열매가 되어야 하는 듯 용쓰느라
엄마가 낙엽 되어 가는 걸 또 잊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해마다 당연한 듯 즈려 밝으면서도 경비원 아버지가 찬바람 속에서
엄마를, 가을을 내내 쓸어 담는다는 사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나 보다.
여전히 나약한 나의 수많은 잔뿌리들을 당신의 온몸으로 수북이 덮어
겨우내 밑동을 감싸 안아 주는 그 사랑을 남매들에게는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그 나무에서 태어난 나인데도 어쩌면 항상 벚꽃으로 살 줄 알았나 보다.
나도 낙엽이 되고 난 뒤에, 남매들이 향긋한 꽃이 되고 난 뒤에 올려다봐도
언제나 그곳에서 엄마, 아버지가 반짝거리는 잎으로
바라봐 줄 거라 믿고 싶은 멀쩡한 바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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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그리워질 [지금, 여기, 언제나 오늘]에서 1일 1여행 중에 설렘을 찾아 읽고 쓰고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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