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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꽝'없는 인생이었어. bruncher인 나는!

[브런치 덕분에 01 ] 25년 1월 결산203

by 정원에

브런치북을 정리하면서 브런치에 올린 첫 번째 글을 찾아봤다.


2021년 9월 11일.

'달리기로 행복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었다.


21년 9월 11일에 약 3년 전인 2018년 8월 13일 한여름에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한 저 글부터 오늘 이 글까지 3년 4개월, 총 40개월째 브런치 중이다.


그동안 643개의 글을 올리면서 14개의 브런치북을 썼거나 쓰고 있다. 첫 번째 글 조회수가 '9'다. 지금 처음 봤다. 스스로 그런 무심한 덕에 이 세월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지금껏 자발적으로 선택한 후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시간, 체력, 마음을 총동원하여 투자했던 일이 '브런치'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브런치에서의 나를 지키기 위해 새벽을 지켜내고 있는 것도 별 일이다. 브런치 덕분에 집에서는 '쉰생아'가 된 지 몇 년이다. 내가 아는 나란 사람이 아니다.



욕심은 있었지만 끈기는 없었고,

생각은 있었지만 행동은 없었고,

소비는 했었지만 생산은 없었고,

관계는 많았지만 연대는 없었고,

성과는 있었지만 환희는 없었고,

체력은 있었지만 시간이 없었고,

시간이 생겼지만 여유가 없었고,

독서는 했었지만 방향은 없었고,

용기는 있었지만 지혜가 없었고,

시도는 많았지만 시작은 적었다!




그러나 '없던' 기간 동안 늘 부족하고, 불안하고, 애매한 생각과 마음이 자욱하게 둘러싸고 주저앉히려 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브런치에 '기계적으로' 쓴 글 덕분이었다.


나하고만의 약속을 지키고 출근하는 길은,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더 숨쉬기 편안했다. 한낮을 맞이하기에 떳떳했다.


(여전히) 깊이를 따질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나를 인간적으로 유도하고, 이 자리만큼이라도 안내해 준 40개월은 모두 브런치 덕분이다. 새벽 덕분이다.



며칠 전. 방학이라 집에 잠깐 같이 있어주는 20살 따님, 언제나 같이 있어주는 53살 동갑내기 아내와 함께 군산 여행을 당일로 다녀왔다.


이번 달 19일에 만 10년이 된 우리 집 첫 차, '이영모 씨 - 브런치 글로도 썼었다. 따님이 20모 0000인 차 번호를 보고 어릴 때부터 우리 이영모 씨, 우리 이영모 씨 하고 불렀다 - 의 네 바퀴를 새것으로 교체한 다음날이었다.


달리는 내내 감쪽같이 사라진 소음 덕분에 아내와 따님은 봄햇살 같은 햇빛을 캐시미어 이불 삼아 포근히 잠들었다 일어났다.


핑크빛 감도는 볼을 한 둘과 군산항 근처 옛 철길 위를 한참 걸었다. 지금은 버려진 철길 양쪽으로 모여 있는 상점들은 '국민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침목 - 철도에서 열차가 다니는 레일을 지지하는 막대 -을 하나씩 하나씩 밟으면서 우리 셋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느릿하게 걸었다.


달고나를 지나고, 물방개를 지나고, 캔디와 테리우스를 지나고,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는 60-70대 여고 동창 같은 분들을 지나쳤다.


황금색 엽전 꾸러미가 수북이 쌓인 한 상점 앞을 지나칠 때였다. 역시 그 나이 또래의 분들이 상점 앞 가판대에 누워 있는 '뽑기'판 앞에 모여들었다.


그때 그들과 비슷한 연배의 사장님이 경쾌하게 외쳤다.

'어서 오세요. 우리 집 뽑기에는 꽝이 없어요, 꽝이. 콩알탄 하나라도 드려요. 뭐 하나라도 남아야 좋은 인생이니까요. 자, 우리 집은 꽝이 없어요, 꽝이!'


앞으로 걸어가는 아내와 따님 뒤를 바라보며 멈칫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사장님을 쳐다봤다. '이영모 씨'를 몰고 올라오는 내내 생각이 들었다.


올 들어 새해가 되자마자 1월 18일 '엄마의 유산-위대한 시간'을 만나면서, 그 사이 '꽝없는 상점'앞을 지나치면서, 어제 두 번째 온라인 모임에 참여해 6시간 내내 서 있으면서도 내 영혼은 더 선명했다.


'나는 이미 꽝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거구나. 브런치에서 나를 만나고 있으니. 나와 연결된 가족을, 친구를, 동반자를, 조력자를, 세상을 다 만나내고 있으니!'



나는 영혼까지 브런처bruncher로 잘 살고 싶은 거였다.

'언제나 꽝 없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브런치를 즐기는 자유를 누리는 사람'.



새벽마다 나는 내게 외치고 있었던 거다.


- 스스로 모자람을 꾸준히 깨닫고,

- 모자람을 채우기 위한 방법을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 그 방법 중에 막 쓰는 글쓰기가 최고라고 확신하고,

- 자기 확신을 실천하기 위해 읽는 것을 즐기며,

- 읽고 쓰는 시간과 공간을 지켜주는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 감사함을 글로 변환하여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원하며,

- 글쓰기와 관련한 수입(!!!)은 모두 그들에게 양도하는 기쁨을 만끽하면서,

- '브런처bruncher'로 살면서, '나'로 더 잘 살고 싶다고!


한 순간의 시도가 아니라, 나의 삶을 위한 제대로 된 시작을!


이제부터 다시, 첫 달! 40+1




[지담_글 발행 예정 요일]

토(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일(외출전 발행) : 아빠의 편지

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월요일 새벽에는 브런치 성장 일지 [브런치 덕분에]를 발행합니다)

화(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수(출근전 발행) : 모괜당(모든 게 괜찮아질 당신)

목(출근전 발행) : 고3의 기술

금(출근전 발행) : 고3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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