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우리 반 반장선거를 실시했습니다. 3명의 입후보자들이 나와서 학생들 앞에서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그중 한 여학생의 카톡 프사에는 '투표 완료'라는 로고가 떠 있더군요. 아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한 몇 안 되는 학생 중 한 명인가 봅니다.
학기초 상담 및 연수 일정으로 단축 수업을 하면서 금요일 5교시가 갑자기 전날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4교시 논술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허락을 받고 보니, 정작 담임인 제가 4교시 다른 반 수업이더군요. 뭔가에 홀린 듯한 교무실에서는 '스마트'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고가 잠시, 잠시 멈추기도 합니다.
그래서 3반과 6반을 왔다 갔다 하며 아이들에게 신성한 한 표의 역할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투표 시간에 저의 수업을 진행했고,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다 뽑혀 있더군요. 어른스러운 아이들이었습니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내가 일러준 방식으로 서로 존중하면서, 손뼉 치면서 자기가 원하는 아이들을 대표로 내세웠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표를 많이 받은 아이(남학생)와 두 번째로 표를 많이 받은 아이(여학생)의 표 차이가 4표밖에 차이 나지 않더군요. 남녀의 비율로 보면 박빙이었더군요.
열아홉 살 우리 반 아이들 34명 중 28명이 남학생인 것을 감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역시나 남학생이 학급 회장이 되었지만,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더 공정하면서 성별로 갈라지지 않고 의젓하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2등은 기억되지 않지요. 다행히,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한층 더 짙어진 것 같아 덩달아 마음이 편안했습니다만. 우리가 예전보다는 관행으로 정해진 '등외'의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게 반장선거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모두가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하고, 유권자 아이들은 개인적인 친분을 떠나 사람을 보고, 공약을 보고, 스크럼 짜서 지지하지 않는. 교실 안의 민주주의 연습,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런 연습을 몸이 기억하지 못하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역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가장 연약한 게 민주주의니까요.
아이들과 공부에 대해, 관심거리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 수요일 6교시. 창체 시간에 1인 1역할에 대한 팀별 소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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