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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날아오르는 즐거움

[ 문장보관소 ] 11

by 정원에

일상은 인간 존재의 기반이다. 매일의 성장과 좌절이 공존한다. 그 속에서 관계를 맺고, 경험을 쌓고, 자아를 형성한다. 일상은 무진공의 현실이다. 각자의 낙서가 가득한 캔버스다.



캔버스가 찢길 듯 끊임없이 망상이 일어난다. 잡념이다. 캔버스 밖의 세상에 자꾸 눈이 돌아간다. 현실과 동떨어진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이나 믿음의 유혹을 스스로 끌어당긴다.



정신을 붙잡고 망상을 이겨내면 몽상이 찾아온다. 몽상은 망상에 이성의 옷을 입힌 희망이다. 의지와 이성이 망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마음껏 몽상하다 보면 캔버스의 낙서가 조금씩 조금씩 지워진다.



요즘 자주 듣는 이야기예요.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 행복할 거라고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인간은 현재에 충실할 수 없는 존재”로 진화했거든요. 조금만 방심해도 우리 뇌는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떠올리는 쪽으로 돌아가요. 우리 뇌의 초기 상태 default state가 내적 몽상이기 때문이죠.

_이선 크로스, 채터(당신안의 훼방꾼), 2021, 김영사, p.30.




몽상하는 습관을 기르려고 하는 건 다른 목적이 있다. 바로 상상에 자유롭게 빠지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이 생각을 밀어내면서 고요한 내면을 관찰한다.



내 안의 자아와 내 밖의 자아 사이에 나의 본질이 존재한다. 그래서 해석이 필요하다. 동시통역 같은 해석을 통해 경험하지 않은 구조도, 설계도, 흐름도를 텅 빈 캔버스 위에 마음껏 그려 본다.



망상도 몽상도 모두 기록한다. 기록은 내게 맞는 것을 골라 다시 상상할 수 있는 소중한 놀잇감이 된다. 상상은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고 창조로 가는 선택의 징검다리이다. 감성과 지성을 연결하는 황홀한 정신 산책이다.



새벽마다 하는 상상으로 어둠 속에서 별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가 된다. 이성에 없던 방법이, 방향이 피어난다. 희망의 호르몬이 흘러넘쳐 나를 적신다. 집념이 일어난다. 상상이 흘러 넘쳐 나의 구석 구석을 이상으로 적신다. 그래서 새벽은 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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