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어릴적 만난 수많은 동화책은 언제나 이렇게 끝났다. 사실일까하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해 버렸다.
너 정말 행복하고 싶은 거니?
왕자도, 공주도, 부자도 아닌 나에게 내 안에 있는 내가 유독 요즘 자주 묻는다. 이렇게 묻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는 않았다. 많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 내느라.
그런데 동화책 작가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행복은 혼자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나만 행복한 행복은 없다는 진실을. 나의 행복을 나 밖의 것들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이야기 내내 왕자여도, 공주여도, 부자여도 온갖 고통과 갈등, 슬픔과 위험을 감수하다 하다 마지막 한 페이지. 아니 몇 줄 안에다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구겨 넣은 뒤 책장을 닫게 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행복은 오늘을, 지금을 참으면서 이겨내야만 주어지는 보상이었던 거다. 이 말은 참아내지 못하면, 이겨내지 않으면 행복하지 못한 게 당연함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일방적인 주입식 행복론이다.
찬장위에 올려 놓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 얇디 얇게 고급스럽지만 깨지기 쉬운 유리잔 같은 행복이다. 참고 이겨내는 과정, 참지 못하고 이겨내지 못하는 시간 동안에는 절대 행복하면 안되는 행복이다.
그러니 어쩌다 운 좋게 주어진 행복도 자유롭고 과감하게 만끽하지 못한다. 영원한 건 없다는 것을 모르진 않으면서도 운 좋게 온 내 행복만큼은 깨지지 않고 영원할 거라 믿고 싶어 하는, 불편한 행복이다. 마냥 행복하면 더 불안해지는 행복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발견한 재미, 아니 발견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재미는 그 자체로 즐겁다. 신난다. 그러니 재미는 불편하지 않다. 사라져도 다시 찾으면 되니 불안하지도 않다.
깨질 듯 불안한 행복 대신 재미를 가지고 놀면 된다. 무지개를 언제나 멀찍이서 구경만 하지 말고 가끔은 빗속으로 뛰어 들어가면 된다. 그렇게 내 몸에 무지개를 그려 넣어 보면 된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쁨보다 구체적인 재미가 더 편하다는 것을 느끼자. 편해야 즐겁다. 지금 재미없으면 나중에 행복해도 뭔 소용일까.
한참 나중에 말고 지금 당장, 이 순간을 재밌게 보낼 궁리만 하자. 진짜 행복하게 살자. 그러다 우리 만나자. 우연한 인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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