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횡단보도 하나 건너 옆 단지에 사신다. 그래서 가끔은 지난 일요일 아침처럼 동네 산책로를 달리다 우연히 만난다.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지 10여분 쯤 지난 지점이었다. 엄마를 안고 아침 인사를 나누는 사이 막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엄마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얼른 다시 달리라 손짓을 하셨다. 그렇게 부모님을 뒤로한 채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그랬다.
점심을 같이 먹게 올라오라는 전화를 엄마가 하셨다고. 그렇게 그날 점심은 참 오랜만에 엄마의 닭개장을 맛있게 먹었다.
분명히 한 가지만 하지 않으셨을 거라는 아내의 말처럼 식탁에는 쫀득하고 바삭한 감자전에 달달한 단호박찜까지 넉넉하게 내어 주셨다.
다 먹고 아내가 미리 내려 가지고 올라 간 커피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데 엄마가 그러셨다.
'아까 아범이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연신 부러워하더라'라고. 옆에서 어색한 미소만 짓고 계시던 아버지가 그제야 말씀을 하셨다.
'마음은 여전히 아범처럼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마음이 쫌 그렇지, 뭐~’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순간, ‘저도 30, 40대 때보다는 달리지 못한다’라고 묻지 않으신 대답을 서둘러했지만, 마음이 먹먹해졌다.
탄광 근로자로 평생을 일하신 아버지는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아낀다며 몇 킬로나 되는 거리를 달려서 퇴근하시는 걸 즐기셨다.
격일로 경비 일을 하시는 지금도 비번인 날은 1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시고 돌아와 엄마와 함께 1시간 가까이 느릿하게 산책을 하신다.
한 달에 몇 번 병원을 다니시면서 이런저런 약을 드셔야 하고, 무릎도 어깨도 아프시면서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으신다.
내가 달리기를 즐기는 이유는 어쩌면 그런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달린다는 게 나에게는 애쓰는 운동이지만 아버지에게는 평생 일상의 몸놀림이었던 거다.
다음부터는 달리다가 아버지를 뒤에서 뵈면 미리 뚜벅뚜벅 걸어가 인사를 드려야겠다. 그게 삶의 언덕을 수없이 달리신 아버지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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