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는 공포

by 정원에

우리 가족들만 아는, 모처가 있습니다. 깊은 산 속입니다. 기다랗게 생긴 좁은 주차장 주변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들어가는 길목은 큰 도로에서 샛길로 빠져 들면 바로 차 한 대가 서로 지나칠 정도의 기다랗게 생겼습니다.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그 흔한 가로등도 집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도 하나 없는 곳입니다. 도시의 넘쳐나는 빛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곳이라 고립감마저 느껴지는 그런 곳입니다.


그리고 그곳은 언제나 한 밤 중에만 갔던 곳입니다. 당연하게도 별을 보기 위해 갔기 때문에, 낮의 모습은 잘 모릅니다. 처음에는 지인의 지인을 통해,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는 동호인들이 자주 간다고 해서 호기심에 한번 따라가 본 후 가끔 별을 보고 싶어 지면, 찾아가곤 합니다. 물론 모두 남매가 어렸을 때, 코로나 사태 한참 전부터, 지인 가족들과 함께 하늘 가득 떠 있는 별을 봤던, 그곳입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도 벚꽃이 함박눈처럼 날리던 지난 금요일, 밤 9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겼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먹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컵라면.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챙겨서 세 식구 컵라면을 세 개 챙겼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한 시간을 조금 넘게 달렸습니다. 그곳을 이번에는 우리 가족 셋만 갔습니다. 우리 가족끼리 가본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얼마 전부터 어릴 때 좋은 기억을 지니고 있는 열일곱 딸이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갔거든요.


진입로로 들어가기 전, 도로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렸습니다. 시속 30도 되지 않는 속도로. 이미 한참 전부터 앞뒤로 지나가는 차들이 없습니다. 잊을만하면 한대 지나가는 정도입니다. 천천히 가는 이유는 드문 드문 있는 가로등 불빛보다는 야생동물 때문입니다. 그날도 야생 동물 - 오소리 같아 보였습니다 - 이 두 마리나 급하게 헤드라이트만 비친 어둑하고 굽은 도로를 쏜살같이 가로질러 달려가더군요. 앞자리에 앉아 있던 딸은, '아 뭐지?' 하면서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뒷자리에서 소리만 듣던 아내도 '왜? 왜? 뭐야? 응?' 하면서 재촉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달려 진입로로 들어섰습니다. 몇 해 전에 왔는데도 진입로 주변은 변한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 멀리 도로변 불 꺼진 가게 앞 자판기의 LED 불빛만 요란하게 반짝거릴 뿐. 그 불빛을 보면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5분 넘게 밭두렁 같은 길을 달려가다 보면 막힌 도로가 나옵니다. 그곳입니다. 목적지가.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고 아니, 예전에 있던 이동식 화장실도, 주차장 시설도 없어졌더군요. 그냥 덩그러니, 공터뿐이었습니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아직 우리 식구의 망막에 남아 있어서 그런지, 어둠의 공중 속에 내던져진 것 같았습니다.


차 안에서 선루프를 열고 잠깐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그제야 천천히 별빛이 하나 둘, 셋, 넷.... 그러다 수십 개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선루프 끝쪽에는 북두칠성이 선명하게 걸쳐져 있었습니다. 시동을 껐습니다. 그러자, 자동차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이, 고요함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여섯의 눈동자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부딪히면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내리려고 문을 열자, 실내등이 놀래듯이 켜졌습니다. 실내등이 그렇게 밝은 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자, 아내와 딸이 동시에 소리치듯 말했습니다.


'내리려고?'


도시의 불빛에 익숙해진 여섯 개의 눈은 이미 본능적인 공포에 질려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딸은 나를 따라 내렸습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동자를 하늘로 바닥으로 옆으로 서로 돌렸습니다. 그러자 망막에 드리워진 검은 천이 벗겨지듯이 주변의 형상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공기는 차지는 않았지만, 서늘했습니다. 차에 딱 붙어 있던 아내와 딸은 휴대폰을 꺼내 하늘을 향했습니다. 하지만 둘의 모습은 어정쩡했습니다.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딸은 별이 렌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이내 둘 다 차문을 열고 차 안으로 쏘옥 빨려 들어갔습니다.


'어서 타. 무섭다'


아내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차를 타고난 뒤, 아내는 차 문을 잠겨 달라고 했습니다. '달칵'하는 소리가 나자 이내 안심을 하는 듯


'우리 컵라면 먹을까?'


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차 안에서 불을 켜니 또 우리의 존재가 어둠 속에서, 고요함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는지 망설였습니다. 불을 끄면 뜨거운 물을 제대로 부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면서. 하지만 여전히 아까 열어 놓은 썬루프 안으는 별빛이 무수히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늘 올려다볼 일이 별로 없는데, 참 좋다, 는 생각을 잠깐 하면서 별빛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더군요. 본능적으로 차 밖을 두리번두리번거리게 되더군요. 사막 한가운데 미어캣처럼.


그렇게 짧은 별 관찰을 끝내고 아까 들어갔던 진입로와 이어진 넓은 도로로 나왔습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차를 세우자 우리와 공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딸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운전석 룸미러로 지나온 길이 보였습니다. 그 끝에는 여전히 짙은 어둠이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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