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 바람이 부르는 노래 ] 08

by 정원에


여름이 너무 더워졌어

뜨거움을 좋아하는 나도 이런데

열 살 먹은 털북숭이 너는 얼마나 힘들까

난생 처음 겪는 더위에 늦은 저녁 산책도 쉽지 않지




그렇게 새벽 독서를 너에게 양보한 지 열 며칠째

5시 알람처럼 새하얗게 달려 와 분홍 혀를 내밀고

연신 뒤돌며 엉덩이가 먼저 문 앞으로 달려 나가는 네가

하루가 새벽만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내 마음을 닮았구나 싶어



천천히, 깊게 걷는 네 뒷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부터 네 길을 네가 선택하는 것을 보며

온 동네의 새벽 공기를 너와 나 둘이 나눠 마시며

독서 대신 걷기를 하길 잘했다 하는 마음에 유쾌하기만




그러니 눈빛으로 고맙다 그만 해

그저 내가 더 고맙고, 고마울 뿐이야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읽고, 읽어도

작은 마음 한 조각 못 읽으면 무슨 소용일까




내 것을 준 거라 생각했는데

너와 함께 하는 새벽 산책 덕분에

이 마음이 하루 종일 시원한 걸 보면

내가 더 많이 받고 있는게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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