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너무 더워졌어
뜨거움을 좋아하는 나도 이런데
열 살 먹은 털북숭이 너는 얼마나 힘들까
난생 처음 겪는 더위에 늦은 저녁 산책도 쉽지 않지
그렇게 새벽 독서를 너에게 양보한 지 열 며칠째
5시 알람처럼 새하얗게 달려 와 분홍 혀를 내밀고
연신 뒤돌며 엉덩이가 먼저 문 앞으로 달려 나가는 네가
하루가 새벽만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내 마음을 닮았구나 싶어
천천히, 깊게 걷는 네 뒷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부터 네 길을 네가 선택하는 것을 보며
온 동네의 새벽 공기를 너와 나 둘이 나눠 마시며
독서 대신 걷기를 하길 잘했다 하는 마음에 유쾌하기만
그러니 눈빛으로 고맙다 그만 해
그저 내가 더 고맙고, 고마울 뿐이야
책을 아무리 많이 읽고, 읽고, 읽어도
작은 마음 한 조각 못 읽으면 무슨 소용일까
내 것을 준 거라 생각했는데
너와 함께 하는 새벽 산책 덕분에
이 마음이 하루 종일 시원한 걸 보면
내가 더 많이 받고 있는게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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