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존재의 근원을 붙잡고 있는 뿌리가 언어, 몸짓, 습관, 그리고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라는 열매를 키워낸 토양이다.
아무리 멀리 떠나도, 그 토양의 내음과 리듬은 무의식 속에 스며 있다. 왜냐하면 세상을 보기 시작한 원리, 즉 존재의 문법이 형성된 최초의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공간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세계가 나를 품는다. 익숙함 속에서 안도하지만, 동시에 안주와 집착의 유혹에 빠진다. 그곳의 시계는 둥글게 돌다 멈춘 지 오래다.
타향은
그 뿌리를 흔드는 바람이다. 동시에 그 바람 덕분에 새로운 씨앗을 옮긴다. 낯선 향기, 다른 사람의 언어, 이질적인 가치관 속에서 자신의 경계를 시험받으며 축소와 확장을 반복한다.
왜냐하면 다시 쓰이는 자리, 즉 존재의 문법이 변형되고 재구성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타향에서는 여전히 잘 모르는 세계가 나를 시험한다.
그 낯섦 속에서 불안을 느끼지만, 그 불안이야말로 성장의 촉매다. 그곳의 시계는 빠르고, 세련되고, 직선적이다.
사진: Unsplash의Stephen yu그런데,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는 더 크고 튼튼하게 성장할 수 없어, 존재의 문법이 잘못 정리되었다는 사실을 평생 모른 체 살 수도 있다.
나약한 뿌리는 작은 바람에도 송두리째 쓰러지고 뽑혀 나갈 수 있어, 잘못된 존재의 문법을 수정하고 다듬어 볼 기회가 영영 살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둘은 서로를 영영 그리워하며 꽤나 오랜 시간을 고향의 언어로 시작한 삶을 타향의 문법으로 완성하려는 데 바치게 된다.
결국 삶이란 고향과 타향 사이를 오가며 존재의 문법을 완성하려는 긴 여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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