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다 보면 잿빛 아스팔트 위에 문신처럼 새겨진 검은 자국들을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는 맹렬히 출발하려 했고, 누군가는 처절하게 멈추려 했던 얼룩들이다.
흔히 인생을 ‘길’에 비유하며,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명언처럼 가슴에 품고 산다.
하지만 도로 위 무수한 얼룩들은 정반대의 진실을 말해주는 듯할 때가 잦다.
그것들은 마치 마음껏 달리다 갑자기 느릿해지다 멈추기 일쑤인 도로 위에서 속도가 방향을 집어삼켜 버린 검은 상처 같다.
삶도 그렇다.
행복이나 성공이라는 훌륭한 방향을 설정해 둔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주 조급해진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혹은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서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기 일쑤다.
이때 삶은 균형을 잃는다. 방향은 분명 ‘안정적인 삶’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과속이라는 순간의 속도가 그 방향을 이탈하게 만든다.
무리한 투자, 건강을 돌보지 않는 업무 강도, 관계를 희생시킨 성취...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도로 위에, 내가 남긴 스키드 마크일지도 모른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은 대개 위험을 감지한 직후다. 하지만 이미 속도가 너무 붙어버려 핸들을 꺾은 방향, 곧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많다.
삶도 마찬가지다.
‘아차!’ 싶어 멈추려 할 때,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붙은 가속도는 얌전히 놔주지 않는다. 수없이 생기는 검은 상처들은 “방향을 바꾸려거든, 먼저 속도를 줄였어야 했다”는 뼈아픈 교훈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핸들을 꽉 쥐고 있으니 인생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도로 위 얼룩들이 증명하듯, 어떤 임계점을 넘은 속도는 방향을 무력화시킨다. 뒤늦게 방향을 틀어도 전복되거나 튕겨 나갈 뿐이다.
삶의 도로 위에 남은 검은 상처들은 타이어 자국이 아니라, 속도가 죽인 방향의 묘비명이다. 그러니 방향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고 싶다면, 역설적이게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이다.
삶의 방향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 방향을 음미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그 비결은 인생이란 운전대에서는 늘 초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위에 올라 앉은 시간이 길수록 다시, ‘겸손’하게 사는 법을 제.대.로. 익혀 나가야 한다.
속도를 잃어야 방향을 잃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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