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찻잔의 온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그리고 이 글을 읽어 내려가는 시선. 오직 감각이 닿아 있는 ‘여기, 지금, 이 찰나’만이 유일한 실재(實在)다.
이 짧은 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과 공간은 아직 닿지 않은 세계, 즉 ‘미지(未知)’의 영역이다.
1분 뒤의 미래조차 가보지 못하기에 삶은 본질적으로 짙은 안개 속을 걷는 일과 다르지 않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디딜 때, ‘나’는 막연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계획’이라는 등불을 구.체.적.으로 켜려고 애쓴다.
그러나 단순히 할 일의 목록을 나열하거나 막연한 목표를 글자로 적는 것만으로는 그 짙은 안개를 걷어낼 수 없다. 글자로 적힌 다짐은 휘발되기 쉽고, 구체성이 결여된 소망은 방향을 잃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미지(Image)’다.
미지(未知)를 여행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Image)를 그리는 것이다. 막연히 ‘좋은 집을 짓겠다’는 생각은 집을 지탱하지 못한다.
어떤 벽돌을 쓸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각도는 어떨지, 현관문을 열었을 때 어떤 냄새가 날지,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이미징할 때 비로소 그 계획은 실체적 힘을 갖는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이란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시공간에 구체적인 그림을 미리 걸어두는 행위다. 미래의 '나'를 위한 현재의 알리바이다.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된 미래는 더 이상 두려운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이미 한 번 살아본 익숙한 기억처럼 ‘나’의 뇌에 잔상으로 아른거린다.
결국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는 것은, 텅 빈 미지의 캔버스에 누구보다 치열하고 상세하게 ‘이미지’를 채워 넣는 화가가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노력, 그 시각적 구체성이야말로 미지의 불안을 확신의 기지(旣知)로 바꾸는 연금술이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아주 멋진 계획이란, 아직 오지 않은 미지의 시간에 미리 가서 생생한 이미지의 깃발을 꽂아 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https://blog.naver.com/ji_dam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