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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드노 Sep 13. 2022

유 퀴즈 인 더 가든 8

작곡가를 찾습니다


“수다 떠는 아줌마들처럼 웃는 새들과

누굴 애타게 찾는 것처럼 울어대는 벌레들

여전해요 그대와 거닐었던 그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추억의 숲 속길

나뭇가지 사이 숨어든 따스한 햇살

너무 푸르름이 뿜어내는 아찔한 산뜻함

여전해요 그대와 행복했던 그날

그대로의 향기를 간직한 채로

추억 속의 길은 나를 인도하네

나 괜찮아요 여기 그대 없어도

혼자 걷는 이 기분 아주 그만인걸

늘 그대 인생 푸른 날만 있도록 빌어줄게

나 정말 편한 맘으로 찾아온 수목원에서

우리 사진 속의  나무들 많이 자랐네

찌든 가슴 안고 들이마셨던 싱그런 풀 내음

여전해요 그대와 행복했던 그날

그대로의 향기를 간직한 채로

추억 속의 길은 나를 인도하네

나 괜찮아요 여기 그대 없어도

혼자 걷는 이 기분 아주 그만인걸

늘 그대 인생 푸른 날만 있도록 빌어줄게

나 정말 편한 맘으로 찾아온

나 괜찮아요 여기 그대 없어도

혼자 걷는 이 기분 아주 그만인걸

늘 그대 인생 푸른 날만 있도록 빌어줄게

 정말 편한 맘으로 찾아온 수목원에서


2001 발매된 윤종신의 9 앨범 수록곡 ‘수목원에서’. 수목원에서 일하는 가드너에게 그의 노래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나름의 인생 ‘띵곡 있겠지만 직업과 일터를 이토록 서정적으로 표현한 곡이 있다는  또한 행복이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밌게 뛰어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 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같이 살자 그랬죠”  

어린 시절 꽃봉오리보다 앙증맞은 목소리로 즐겨 불렀던 동요 또한 나를 닮은 아이가 같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곤 한다. 최근 ‘꽃밭에서’ 동요를 들으며 노래에 등장하는 아빠는 가드너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새끼줄로 나팔꽃 줄기를 유인하는 아빠는 정원 가꾸기에 진심인 분일 것이다. 다시 곱씹어 본 2절의 가사 내용은 괜히 눈물이 핑 돌 정도의 그리움까지 뽑아냈다.


죽기 전에 이뤘으면 하는 소망이 몇 가지 있다. 정원사로서는 아주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내용이다. 그중 하나가 식물 혹은 정원과 관련된 ‘동요’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만든 동요를 아이들이 부른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아가 그 노래를 계기로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기고 또 정원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니 ‘작곡’을 할 엄두는 나지 않고 뜻을 같이하는 작곡가를 만나 노래를 함께 만들고 싶다.


아름다운 수목원에서, 아름다운 정원에서, 아름다운 아이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상상만으로도 온 세상이 정원으로 바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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