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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투자 습관

by 은서아빠

현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물가는 매년 오르고 화폐 가치는 줄어든다. 돈을 가만히 두는 것은 결국 손실이다. 게다가 우리의 근로소득은 무한하지 않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근로 기간은 약 34년에 불과하다. 이 한정된 시간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평생의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바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투자법은 무엇일까? 투자에 정답은 없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개별주식을 분석할 능력이 없다. 또한 개별주식의 높은 변동성을 감당할 자신도 아직은 없다. 무엇보다 투자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이런 점에서 나에게 맞는 해법은 S&P500이나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고 생각한다.


VOO나 QQQ 같은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ETF에는 뚜렷한 장점이 있다. 첫째, 지수 ETF는 시장 전체를 담아 자동으로 분산이 이루어지므로 개별 기업의 실패 위험을 줄여준다. 둘째, 연 0.09%의 낮은 운용 수수료로 시장 평균 수익률을 거의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 셋째, 정기적으로 시가총액이나 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리밸런싱 되기 때문에 투자자가 일일이 종목을 고르지 않아도 시장 변화를 반영하며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다. 나는 특히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투자에 들이는 시간과 종목 분석에 소비하는 노력을 줄일 수 있고, 가족과 일,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길이 쉽지만은 않다.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해도 계좌의 변화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수익은 더디게 쌓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함이 밀려오고, ‘내 선택이 맞는 걸까?’, ‘다른 길이 더 나았던 건 아닐까?’ 하는 불안과 후회가 고개를 들기도 한다. 또 다른 어려움은 비교와 조급함이다. 내가 투자 중인 S&P500 ETF가 10% 올랐더라도 특정 개별주가 단기간 50% 급등하면 내 수익률은 초라해 보인다. 그럴 때면 ‘그때 그 종목을 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스며들고, 순간의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이 비교의 유혹과 조급함을 나만의 방식으로 다스리려 한다. 매월 투자 기록을 남기며 작지만 꾸준히 쌓이는 성과를 확인하고, 독서로 마음을 다잡으며, 운동과 산책으로 몸을 단련한다. 그리고 일에 집중함으로써 비교와 욕심에서 벗어난다. 그렇게 일상의 균형을 유지할 때 투자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지킬 수 있다.


나의 강점은 지루함을 견디는 인내심과 꾸준함이다. 단순해 보이는 ETF 적립식 투자도 흔들리지 않고 이어간다면 결국 상위 1%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매달 성실히 투자하며 시간의 힘을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 다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매달 일정 금액을 미국 지수 ETF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방향을 바꾸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단순한 수익률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투자 습관이었다. 앞으로의 10년, 20년은 지금까지의 5년보다 훨씬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ETF 투자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단단하다. 그리고 결국 이 단단함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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