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를 지켜낼 수 없었던 이유
우리 사이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순간이 있었다.
그 일 이후,
오빠는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에 갇혀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나는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오빠가 말했다.
“은수야…
만약 XX가 갑자기 쓰러지면,
내가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그 사람을 열심히 살려야 할까
그 생각이 들어.
이런 생각하는 내가 힘들다.”
나는 그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나 좀 살려달라”라고,
“오빠가 슈퍼맨처럼 해결해 달라”라고
애원하듯 기대며 버티고 있었는데—
정작 오빠는
그 기대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이미 무너져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은 나에게만 남은 상처가 아니었고,
오빠에게도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였다.
어느 날은 이런 말까지도 했다.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 생각이 자꾸 나.”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오빠에게 나는
‘지켜줘야 하는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려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걸.
그 사실이
가장 아팠다.
나는 기대고 싶었고,
오빠는 지켜주고 싶어 했지만
그 지켜주는 역할이 어느 순간
오빠에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짐이 되어 있었다.
나는 살고 싶어서,
사랑이라는 마음만으로 버텨달라고
오빠에게 마음속으로 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겪어낸 모든 것을
오빠가 버틸 수 없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지만
서로를 지켜낼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내가 떠나는 것이
오빠에게도, 나에게도
가장 덜 아픈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그때는
외면했던 진실이었다.
사랑하면 함께 버텨야 하는 거라고
나는 오래 원망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사랑해도 버티지 못할 순간이 있고,
버티지 못하는 사랑도
분명 존재한다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사랑의 끝보다 더 아플 때가 있다는 걸.